재계, 정부와 관계개선 전환점 기대…다양한 경협 가능성도
국제사회 대북 제재, ‘신중’한 접근 필요…미국, 총수 방북 주시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정부가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재계의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에 기업 역할론이 강조되면서 정부-대기업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영 리스크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7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경제인 17명이 동행한다. 우리 기업인들은 북한측과 경제협력을 위한 면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사진=연합뉴스·각사

이번에 삼성·현대차·SK·LG 그룹 총수와 부회장이 방북 명단에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미국 관세 문제 협의 일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다. 대신 김용환 부회장이 방북길에 오른다.

북한이 4대 그룹 의사결정권자의 방북을 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협력 규모와 내용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북제재가 진쟁중인 상황에서 당장 구체적인 계획이나 결과물을 당장 내놓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릴 경우 제품 위탁가공부터 통신·철도 등 사회 인프라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협력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대북경협과 함께 정부와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4대그룹의 방북으로 기업과 정부 간 소통채널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많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총수 일가 가운데 처음 방북단에 포함됐고, 외부 공개일정을 자제하며 경영 구상에 몰두했던 구광모 LG 회장은 처음 정부 행사에 참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그룹 총수들이 방북을 결정한 것은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큰 북한 시장 자체보다는 정부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시선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룹 총수들의 방북으로 경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자칫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매듭을 풀지 못할 경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0·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상황이 다른 것도 현실이다. 핵과 관련한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정부도 그룹 총수들의 방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남북정상회담 동행에 대해 대북제재 이행 의무를 강조했다. VOA의 관련 논평 요청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특정 분야 제품'을 포함한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들은 대북경협에 대해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섣부른 발언이나 발표 등이 가져올 파장의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 사업은 북한의 비핵화 속도 등 한반도 환경은 물론 유엔, 미국의 대북제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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