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입장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첫날에 보여준 북한의 영접 내용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대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위해 공항영접을 나왔고, 국빈급 최고 예우에 해당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처음 만나 서로를 부둥켜안고 스위스 식으로 두 번의 포옹을 나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과 수천명의 환영군중에 화답한 뒤 공항을 떠났으며, 평양시내 버드나무 거리 3대혁명전시관 앞에서 차량에서 내려 거리에서 주민들의 환영인사를 받았다. 

이어 남북 정상은 김 위원장의 무개차에 타고 영생탑과 려명거리를 지나 금수산태양궁전을 거쳐 백화원 영빈관까지 평양시내 퍼레이드를 했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숙소인 백화원초대소까지 동행해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안내했다. 

평양에서 첫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이날 오후 노동당사를 찾은 문 대통령을 김 위원장은 또다시 청사 현관에서 맞았다. 그리고 남북 정상은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다”면서 “더 진전된 결과를 내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회담을 시작하며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님을 세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며 “또 큰 성과가 있었는데 북남관계, 북미관계가 좋아졌다.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다. 조미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로 인해 주변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문 대통령께서 기울인 노력에 다시 한번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대에 감사드린다”며 “정말 기대 이상으로 환대해주셨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이 됐다. 다섯달만에 세 번을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이 있었고, 또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었고, 그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이 과정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평양이 놀랍게 발전돼 있어 놀랐다. 어려운 조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면서 “우리가 지고 있고 져야 할 무게를 절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천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 전세계도 주시하고 있고, 전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평양에서 만난 남북 정상은 첫날 환영행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면서도 3차 남북정상회담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열렸던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비핵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평양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 청와대는 남북관계의 개선‧발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중재와 촉진,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 종식이라고 밝혔다. 

이 세가지 의제 중 하나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어야 나무지 두 의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는 만큼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은 단연 비핵화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과 미국은 센토사선언을 통해 ‘완전한 북한 비핵화’에 합의해놓고도 종전선언과 핵신고의 순서를 놓고 갈등을 겪어왔다. 

센토사선언 이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을 폐기했지만 검증을 거치지 못했고, 북미간 비핵화 워킹그룹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번째 방북이 무산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남북 정상은 이번에 이틀동안 공식회담만 두차례 열기로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정상회담 전날인 17일 언론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회담이 이틀동안 이어진다”며 “이번 회담은 형식적인 절차를 걷고 첫날부터 곧바로 두 정상간의 회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임 비서실장은 “이번 회담의 중요한 특징은 비핵화 의제가 들어있다는 것이지만 과거 남북 정상간 의제로 비핵화가 올라온 적은 없었다”면서 “이 대목이 이번 회담에서 저희가 매우 조심스럽고, 어렵고, 어떠한 낙관적인 전망도 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했다.

그는 “마치 정상회담에서 굉장한 성과를 내야 된다는 기대감들이 있습니다만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두 정상간에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어떤 합의가 나올지, 발표가 될지 이 모든 부분이 저희들로서는 블랭크(blank)이다”라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의 발언을 통해 전달된 청와대의 고뇌를 반영하듯 평양에서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꺼낸 회담에 임하는 자세는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문 대통령이 “전세계에 보여줄 결실”을 언급하자 김 위원장이 “조미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말한 것에서 다음날 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 발표에서 진전된 비핵화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