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충돌·신흥국 리스크 등 시장 불확실성 확대…주요기업 총수들 기술 경쟁력 강조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글로벌 시장 환경이 격변하면서 주요 기업 수장들이 ‘기술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개발(R&D) 거점을 점검하고, 투자를 강화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그룹들은 총수를 중심으로 수뇌부가 기술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관람객들이 IFA 2018에서 처음 공개된 웨어러블 로봇 'LG 클로이 수트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종기원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선행연구와 핵심 원천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운영되는 R&D 시설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전장 등 삼성이 미래성장사업으로 꼽은 분야의 기술을 중점적으로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경영일선으로 돌아온 이재용 부회장이 R&D 현장을 찾아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6월 LG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경영구상에 집중하던 구광모 회장이 첫 번째 현장경영에 나선 곳도 연구거점 시설인 LG사이언스파크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는 총 4조원을 투자해 지난 4월 오픈한 융복합 R&D 클러스터다. 2020년까지 LG계열사 2만2000여명이 모여 연구에 집중할 예정이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 성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꼼꼼하게 살핀 구광모 회장은 “미래 성장 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로 연결할 수 있는 조직과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수석부회장에 임명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미래기술을 확보해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신차 발표 행사와 산업 전시회 등에 참석하면서 친환경·자율주행 등 현대차의 시장경쟁력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달 초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동차산업 변화에 적극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 구자열 LS 회장이 연구개발 성과공유회에서 R&D 프로세스의 변화를 주문하는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기술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총수들의 행보는 최근 시장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우리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난타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에 들어가는 한국산 중간재가 상당수 영향권에 들 경우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외환위기에 신음하는 신흥국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도 점차 거세지는 상황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가 보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는 기술 경쟁력”이라며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시장 변화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주요그룹 고위층도 최근 기술 경쟁력을 유지 못하면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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