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길 막힌 중 업체, 동남아·EU·중동 공략 박차
무역수지 감소 대응 위해 우리나라에 화살 돌릴 수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미국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내년 1월1일부터는 세율을 25%로 올릴 방침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5~25%의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1400억달러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양국의 무역규모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미국은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5055억달러를 수입한 반면 중국은 1299억달러에 그쳤다. 기존에 양측이 주고받은 500억달러의 관세를 고려해도 미국은 절반 수준이지만, 중국은 거의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남은 수입품에 대해 다시 관세를 부과하는 재반격에 나설 경우 중국은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업계는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일 경우 자본재를 비롯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동남아를 경유해 중국 시장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최대 282억6000만달러(약 31조5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대중국 수출의 19.9%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대중 3차 수입제재 현황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에게 큰 피해가 되지 않으며, 업종 및 업체에 따라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을 폈다.

무역협회는 "우라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가운데 미국이 최종 귀착지인 비중은 5%에 불과하며, 대중 제재 품목 상당수가 중국 내수용 및 타국 수출용으로 쓰인다"면서 "타이어·자동차부품·인쇄회로 기계·냉장고·냉동고 등 한국의 대미 수출 상위 품목 등은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7월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긴급세미나'에서 (왼쪽부터)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박사·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정인교 인하대 교수·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전은경 국회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으로 보내던 물량을 동남아와 유럽연합(EU) 및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낼 경우 이들 시장에서 추가적인 경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국이 무역수지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우리나라에게 화살을 돌리는 시나리오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동북아를 둘러싼 패권다툼의 성격이 있어 장기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지만,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는 단기간 내 끝나면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는 등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산지 규정과 미국내 생산법인을 활용한 공동생산 및 관세 제외 요청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신시장 개척 및 판매 확대를 통해 미중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5년 기준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합도 지수(ESI)는 0.6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SI는 수출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두 국가의 품목이 얼마나 겹치는지 나타내는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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