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미디어펜=김소정 기자]평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 검증을 약속해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양선언 5조 1항에 ‘북측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비핵화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이 원하던 핵신고 리스트 제출 등 진전된 로드맵이 아니라 이미 북한이 폐기했다고 공언해온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대한 검증으로 그쳤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을 앞두고 풍계리‧동창리 실험장 폐기와 관련해 “북한은 이미 미래핵을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현재핵을 폐기해야 하고, 그에 대해서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동창리 시험장 폐기에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한 약속은 미국의 요구를 절반만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평양선언을 통해 북한의 핵심인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언급해 북미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문 대통령이 이미 밝힌 대로 ‘현재핵 폐기를 위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선언의 5조 2항에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3항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북한의 비핵화는 단계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 현지에서 언론브리핑을 갖고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러한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주 초 뉴욕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도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에 관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어 “핵무기,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남북 정상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심도 있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남북이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유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이고, 공개되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도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또 “비핵화는 단계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영변 핵시설은 핵심 시설로 신규 핵물질과 무기 생산할 수 있는 근원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 같은 주장을 들어볼 때 아주 긍정적으로 전망해본다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문에 담지 않은 비핵화에 대한 구두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구두로 제시한 비핵화 로드맵이 존재하고 이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전달했을 때 ‘영변 핵시설 폐기’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미국의 종전선언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김 위원장의 구두협의나 합의 내용이 전혀 없을 경우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영변 핵시설 폐기’ 조항은 앞서 풍계리‧동창리 폐기 조치와 마찬가지로 허상적 조치에 지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올해 안 서울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1953년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북측 지도자가 처음으로 방남하는 데 합의한 것이어서 문 대통령의 비핵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당장 다음주에 있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유엔총회 계기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공을 넘겨받은 문 대통령의 비핵화 중재역할이 종전선언을 축하할 제4차 서울정상회담을 실현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