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동준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이라고 직접 언급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명제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다만 비핵화 과정의 극적인 진전을 기대하려면 북미 간 ‘시각차’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던 19일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강조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불가역적인 핵 폐기에 대한 의지를 공언한 것.

북한이 비핵화 검증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자, 주요 당사국인 미국도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서) 미사일 실험도 핵 실험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고,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북미 간 협상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이처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북한의 태도 변화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 ‘단기간에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로 해석된다. 2005년 당시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동시에 담았던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남북의 공동선언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2008년 이후에 전혀 움직임 없던 비핵화 협상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3월 특사방문, 4월 판문점회담 등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며 “결코 작은 진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상급에서 비핵화 의지와 상응하는 조치를 보여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도 부연했다.

북한은 특히 미국이 줄곧 요구해 온 ‘검증’ 부분까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동선언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핵 역량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도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취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본부장은 “(엔진시험장·발사대·영변 핵시설 폐기 등은) 북한의 핵 능력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며 “만일 그것(폐기)만 이뤄진다면 1990년대 초부터 30여년 동안 이루지 못한, 가보지 못한 땅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때문에 북한 비핵화 및 ‘종전선언’이 최종적인 종착역에 도착하려면 핵심 카운터파트인 북미 간 인식차를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본부장은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종전선언을 추진할 여건은 매우 좋아졌다”면서도 “미국은 비핵화가 먼저 취해져야만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