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1년 넘게 공석...자본 시장 큰 리스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글로벌 3대 연기금인 한국의 국민연금(NPS)의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여전히 공석인 채로 추석연휴를 맞았다. 문제는 연휴 이후에도 신임 CIO 향방이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유력후보들이 연이어 논란이 되거나 심지어 송사에 휘말리면서 연휴 이후에도 전개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3대 연기금인 한국의 국민연금 CIO의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자리는 국민의 노후자금 5650억달러(약 638조원)을 운용해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지만 작년 7월 강면욱 본부장이 사임한 후 1년이 넘도록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CIO는 국민연금 이사장이 공모 과정을 거쳐 뽑은 최종후보 1인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하면, 장관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최근 2차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 3명으로 압축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유력후보였던 안 후보가 소송에 휩싸이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불거졌다.

최근 BNK투자증권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회사를 상대로 ‘성과급을 부당하게 받지 못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직원은 안효준 후보가 BNK투자증권 사장 시절 강제적으로 성과급 요율 인하에 합의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년 계약 성과급 요율이 기존 35%에서 10%로 인하하면서 3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는 게 직원의 주장이다. 

안 사장은 이번 CIO 서류심사에서 고득점을 받은 후보로 알려져 있다. 서울증권·대우증권·다이와증권 등 증권사와 ANZ은행,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을 두루 거치며 자산운용 경력을 쌓아온 점이 높게 평가됐으며, 특히 후보들 중 유일하게 국내와 해외 주식실장을 모두 역임한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이번 송사로 향후 전개는 예상할 수 없어졌다. 지난 8대 CIO 공모 당시에도 최종 인사검증을 앞두고 유력후보가 소송 문제로 탈락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상황이 이번에도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경우 인지도가 높아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현 정권과 밀접한 관계라는 소문에 자질 논란이 대두되는 곤혹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약단 부단장을 맡아 현 정부와 인연을 맺으면서 과대평가된 후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증권 전략기획본부장과 NH투자증권 부사장, 세계은행 컨설턴트 등을 화려한 금융권 이력에 비해 막상 기금운용 경험은 일천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의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사회적 책임투자 자문을 한 경력이 돋보이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투자 경험이 적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CIO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연금의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7.26%에서 6월 말 기준 0.90%로 대폭 내려갔다. 반면 기금운용직 퇴사자는 늘고 있다. 2016년, 2017년 연이어 퇴사자가 30명, 27명에 달했는데 5년 전인 이는 2013년 7명에 비하면 매우 많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전체 투자방향을 결정지을 CIO 부재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조속히 매듭을 짓지 않으면 그 자체로 자본시장의 커다란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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