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불가역적 해결됐다' 기존 입장 고수…외교부 "위안부 피해자 의견 수렴해 일본과 협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사실상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뜻을 밝혀 그 수순에 들어갔지만, 일본 정부가 출연한 위로금 10억엔의 처리를 두고 반환 해법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해까지 생존피해자 47명 중 34명(2017년 12월 기준)에게 위로금을 지급했고, 사망피해자 위로금 및 재단 운영비를 제외하고 기금 100억여원 중 59억여원이 남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 7월 이와 관련해 기금을 대체할 에비비 103억 원을 출연해 일본측이 출연한 원금을 보관하기로 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에는 기금 10억엔의 처리 방안이 가장 큰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전부 일본에게 반환하는 것은 지난 2015년 합의를 파기한다는 점을 의미해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입장과 배치된다.

외교부가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고 일본 정부와 협의해 결정한다는 기존 입장 그대로"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측은 지난 2015년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사자 의견수렴 부족 및 이면합의 존재, 보상금 독촉 등 화해치유재단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초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해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갔으나, 정작 재단 해산과 관련해서는 여성가족부가 운용하는 양성평등기금에서 예비비를 출연한 것 외에 정부 내 이견으로 지난 8개월간 제자리걸음이었다.

특히 재단 해산을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이 필수적이고 의결 후 여성가족부 장관이 외교부 장관과 협의해 이를 승인해야 하지만, 이사진 중 민간인 전원이 사퇴해 당연직 이사 3명만 남아 이사회 의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사 인원(5명)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시사함에 따라 향후 재단 해산 절차가 가시화될 전망이지만, 정관과 민법에 따라 기금 10억엔 처리 방식에 대해 결론을 내고 해산을 시작해야 한다.

정관상 재단의 목적사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상처치유를 위한 각종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어, 정부가 기금 10억엔을 유사 취지의 다른 사업예산으로 전환하려면 일본측과 이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정부의 직권 취소 후 10억엔을 국고에 귀속하거나 제3기관에 공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와 관련해 "정관에 따라 재단 스스로 해산은 불가능하다"며 "재직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여가부 장관이 이를 승인해야 해산이 가능하지만 이미 이사진 11명 중 8명은 사임했다. 결국 정부가 직권 취소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산만 해서 10억엔이 자동으로 반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10억엔 처리 문제를 놓고 일본측과 협의해야 하고, 해산이 결정된다면 민법상 절차에 맞게 재단의 남은 재산을 유사 목적을 위해 처분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국고에 귀속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문 대통령의 '재단 해산' 의사 표시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보이나 10억엔에 대한 일방적인 반환은 쉽지 않다"며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이 조속한 재단 해산을 촉구하고 있지만 절차상 걸림돌들로 인해 일본측과 협의를 거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말 이사진들의 대거 사퇴로 지금까지 개점휴업상태였던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이 문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잡음 없이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정부는 지난 7월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대체할 에비비 103억 원을 출연해 일본측이 출연한 원금을 보관하기로 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