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이른바 ‘10%룰’을 전격 폐지하는 등 기업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사모펀드(PEF)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판 엘리엇’의 출현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사모펀드(PEF)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사모펀드 제도 개편 추진 방향'을 발표해 국내 사모펀드의 기업경영 참여 규제를 푸는 내용의 정책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그간 국내 사모펀드가 오히려 해외 사모펀드에 비해 역차별 받는 측면이 있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한국 사모펀드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계획에 따라 금융위는 올 하반기 중으로 사모펀드 제도 개편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일단 금융위는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한다. 단, 사모펀드 투자자 가운데 일반투자자에 대한 청약 권유는 지금처럼 49인 이하로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금융위는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10% 지분 보유 규제도 없앨 것이라고 밝혀 업계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른바 ‘10%룰’은 한국에서 엘리엇과 같은 펀드의 출현을 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 받아온 조항이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으로 구분돼 별도의 운용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이다. 경영 참여 목적을 내건 사모펀드라면 기업 지분 10% 이상 확보, 6개월 이상 보유, 대출 금지 등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전문 투자 목적의 사모펀드라면 대출은 가능하나 10% 이상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의결권이 제한된다. 당연히 경영 참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 사모펀드는 이런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곤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경영진에게 약 1%의 지분 소유로도 배당 확대, 자사주 등을 요구할 수 있었던 사정도 여기에 있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 시행으로 국내 사모펀드가 10% 미만의 소수 지분으로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강화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투자촉진 측면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안을 통해 경영참여형(PEF)과 전문투자형(헤지펀드)으로 이원화된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하나로 합쳐 둘 중 낮은 수준의 규제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사모펀드 시장을 일반형과 기관 전용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일반형은 일반인과 전문·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기관 전용은 국가·한국은행·은행·금융공기업·연기금 등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다.

이번 개편안은 특히 국내 사모펀드 업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권 출범 초반 자본시장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할 것처럼 보였던 금융당국이 전격적인 규제완화를 한 점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업계와 당국이 꾸준한 소통을 해온 결과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성숙하는 중요한 기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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