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4분기가 시작된 가운데 올해 가장 큰 정책상품 중 하나였던 코스닥 벤처펀드에 대한 관심이 불과 6개월 만에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출시 이후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설정액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수익률마저 떨어지고 있어 사실상 업계 관심권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의 설정액 감소세가 굳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8월말 기준 코스닥벤처 펀드의 설정액은 2조 962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달의 2조9853억원과 비교할 때 한 달 만에 0.76%(225억원)가 줄었다. 출시 이후 4달 만에 첫 감소세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 사진=연합뉴스


코스닥 벤처펀드는 펀드 자산의 35% 이상을 코스닥 시장 상장기업 주식에 투자할 경우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정부주도 상품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4월 출시돼 문재인 정부 최고의 정책상품으로 손꼽혔다.

벤처펀드 설정액은 출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5월 들어서는 바로 2조원대를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5월 말 기준 설정액은 2조 7000억원대까지 늘어나 3조원 돌파는 기정사실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성적’이었다. 코스닥 업체들의 성과가 부진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감소하자 투자자들은 재빠르게 방향 전환에 나섰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코스닥 벤처 펀드의 약 80%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손실률이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에 투자해 시장을 활성화 한다는 것은 정부의 희망사항에 가깝다”고 전제하면서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 벤처펀드 투자금의 대부분은 정책 효과를 기대한 자금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보다 세부적인 문제도 있다. 소득공제나 공모주 우선 배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하지만, 해당 기업들의 성장성이 적다는 점도 흥행부진의 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코스닥 기업들의 ‘생산성 정체현상’이 흥행부진의 진짜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스닥 벤처펀드를 통해 흘러들어간 자금으로 코스닥 기업이 성장하고 다시 투자가 진행되는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막상 기업들의 생산성이 지지부진 하다 보니 순환고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한철 장사’가 될 것이라는 건 출시 시점에도 이미 예견됐던 문제”라면서 “그 점을 감안해도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편승했던 투자자금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빠져 나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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