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 전범기로 인식하는 한국정서에선 수용 힘들어…해군, 해상사열 때만 내려달라 요청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오는 10~14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욱일승천기(욱일기) 게양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상자위대가 1954년 발족 당시부터 부대기로 채택해 사용해온 욱일기는 과거 독일 히틀러 정권의 로고인 나치 하켄크로이츠와 전혀 다르다는 시각이 일본에선 지배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본의 대동아 침략전쟁을 상징하는 전범기로 인식되어 국민 일부가 정서적으로 이를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10년마다 우방국 함정과 함께 바다에서 이뤄지는 이번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는 45개국 대표단과 국내외 15개국 해군 함정 50여척이 참여하고, 일본 해상자위대의 경우 구축함 1척을 보낸다.

국제법상으로나 일본 국내법상으로나 어긋날 것이 없는 일본측 입장은 이에 대해 강경하다.

우리 해군이 관함식 해상사열에 참여하는 15개국 함정에게 '자국 국기 및 주최국 국기(태극기)를 달아달라'는 공문을 발송하자,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자위함기(욱일기) 게양은 국내 법령상 의무"라며 "유엔 해양법 조약에도 선박의 국적을 표시하는 외부표식에 해당한다. 욱일기 디자인은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도 게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산케이신문에게 "자위함기는 국가 주권의 상징"이라며 "이를 내리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욱일기 내리는 것이 조건이면 한국측 관함식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방위성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는 등 큰 반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욱일기 논란과 관련해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일본은 참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욱일기 게양은) 국제 관례를 따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제법적으로 각 국의 해군 함정은 치외법권 지역으로 인정되어, 깃발 게양은 해당 함정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일본 함정의 욱일기 게양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게시판에 이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100건을 넘어가고 일각에서 논란이 커지자,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대표적 지일파인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서 "일본은 한국인들 마음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섬세히 고려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우리 해군은 국제관함식 중 해상사열 하루만이라도 욱일기를 달지말라고 요청한 가운데 일본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일본 함정이 이번 해상사열식에서 욱일기를 내리고 자국 국기인 일장기와 주최국 국기인 태극기만 달아달라는 우리측 요구를 받아들일지, 외면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관함식은 우방과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행사로, 동맹국 및 우호국 해군 함정들도 함께 참가해 '군사외교의 꽃'이라고 불린다.

더욱이 이번 관함식은 우리나라가 건국 50주년을 기념해 1998년 시작한 후 10년마다 열어 올해로 세번재를 맞이하는 해상 사열식이다.

해군은 1일 이에 대해 "오는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에 참여하는 15개국에게 자국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달아달라고 요청한 만큼 입장에 변화는 없다"며 "대부분 주최국 요구에 응할 것이고 일본측과도 계속 협의해나갈 것. 일본 함정도 부대기인 욱일기를 달고 제주에 입항하더라도 해상사열에는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또한 지난달 30일 "욱일기에 대한 우리 국민정서를 적극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본측에게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일본이 관함식 내내 계속해서 욱일기 게양을 고수할지,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 해상자위대가 1954년 발족 당시부터 부대기로 채택해 사용해온 욱일승천기는 과거 독일 히틀러 정권의 로고인 나치 하켄크로이츠와 전혀 다르다는 시각이 일본에선 지배적이다./자료사진=일본 해상자위대 페이스북 공식페이지(facebook.com/pg/JMSDF.PAO.EN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