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 창업주 미래 내다본 투자 혜안...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
   
▲ 보잉747-8i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배경으로 이륙하는 모습.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대한항공이 도입한 보잉 747항공기가 지난 9월 30일로 탄생 반세기를 맞이했다. ‘점보 제트기’, ‘하늘의 여왕’ 등 애칭을 보유한 보잉 747은 대한항공이 45년전인 1973년 국내에 첫 도입한 이후 항공산업의 성장과 궤를 함께한 기종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973년 보잉 747항공기를 첫 도입후 현재 마지막 보잉 747시리즈인 보잉 747-8i 차세대 여객기를 10대 보유하고 있다. 

1968년 9월30일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인 보잉 747항공기는 광동체(Wide-body)로 객실 내 통로가 2개가 있는 최초의 대형 항공기다. 1968년 탄생 이후 2000년대 중반 에어버스의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 항공기 등장 전까지 가장 큰 여객기로 명성을 떨쳤다.

   
▲ 1973년 5월 16일, 보잉 747점보기의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한진그룹 조중훈(왼쪽 네번째) 창업주가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1973년 보잉747 항공기는 대한항공의 인수로 우리나라에 첫 도입됐다.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그 이듬해인 1970년 ‘보잉747 도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잉사와 보잉747 2대를 구매하는 가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폭넓은 노선과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선진 항공사만이 보잉747 항공기를 도입해 운영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보잉 747 항공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비행기 2대 가격이 7000만 달러에 달했던지라 반대에 부딪혔지만, 조중훈 창업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항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1972년 9월 5일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 보잉747 1호기는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해 1973년 5월 2일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2주 후인 1973년 5월 16일 태평양 노선에 정식 투입됐다. 이듬해인 1974년 9월에는 세계 최초로 보잉747 점보기를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 

공항도 보잉747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형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게 활주로를 재정비 하는 것은 물론, 많은 승객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만큼 터미널, 탑승수속카운터, 수하물 수취대, 라운지, 편의시설 등 각종 공항 시설도 함께 달라졌다. 또한 높아지고 더 커진 항공기에 걸맞게 각종 지상 조업 시설 또한 그에 맞춰 개발됐다.

대한항공의 결정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진리를 증명하는 중요한 시금석으로 작용했다. 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로 항공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고 이러한 원동력 뒤에는 보잉747 점보기가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보잉747 점보기는 대한항공의 대표적 날개로서,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1995년 3월 24일, 100번째 대한항공이 보유하게 된 항공기인 보잉 747-400을 배경으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결과적으로 보잉747에 대한 적기 투자가 오늘날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한 대한항공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0년대 새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보잉747은 대한항공의 대표적 날개로서,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1998년 퇴역한 보잉 747 점보기는 8만7000시간, 1만9000회를 운항한 뒤 누적 승객 600만명과 누적 화물 90만톤을 싣고 전 세계의 하늘을 누빈 후 1998년 퇴역했다. 보잉747 점보기의 형제인 보잉747-8i 항공기는 2011년 2월 약 6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세상에 등장했으며 보잉747 점보기의 옛 영광을 이어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세계 항공산업의 지형을 바꾼 보잉747 점보기. 비약적인 혁신(Quantum Leap)의 동력으로 항공산업을 또 다른 단계로 올려 놓은 보잉747의 이름은 항공산업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각인처럼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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