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며 40%에 육박하는 순이익 증가율을 달성했지만, 증시 부진으로 하반기 전망은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각 회사들은 기업공개(IPO) 시장 확대, 회사채 시장 적극 참여 등 각자만의 전략을 모색하며 위기 타파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다소간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결과는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이 워낙 좋은 실적을 낸 ‘기저효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상반기 증권사들은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증시 활황의 효과를 그대로 등에 업은 대형 증권사 5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 234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37.5% 늘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이 1080억원(증가율 90.6%)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뒤이어 미래에셋대우(1211억원, 61.6%), KB증권(648억원, 57.7%), 한국투자증권(303억원, 11.4%), NH투자증권(123억원, 6.0%)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상반기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증시 활황이다. 상반기 전체 주식 거래대금은 일평균 13조 84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0% 폭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바이오주, 남북경협주 등 테마주 이슈로 인해 주식거래가 늘어난 여파다. 자연히 증권사들이 취하는 수수료 이익도 늘어났다.

문제는 하반기다. 국내 증시 흐름은 이미 한풀 꺾인 상태다. 필연적으로 증권업계 실적 또한 다소 위축될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 4월말 2515.38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는 8월말 기준 2307.35로 무려 8.3% 미끄러졌다. 7~8월간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8조 8600억원으로 상반기에 비해 36.0%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다.

증시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증시 부진,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강화, 미국 금리인상 등이 손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고객 예탁금이 빠르게 줄고, 재테크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보다는 채권, 부동산, 해외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짜서 ‘겨울’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일단 NH투자증권은 IPO 시장에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만회를 꾀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JTB네트워크, 한화시스템, 오상헬스케어, 싸이버로지텍 등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사 MD픽쳐스의 IPO를 주관하고 있다. 

IPO시장도 부진에 빠진 만큼 연내 상장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IPO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와 교보생명의 주관사로 선정된 점이 큰 의지가 되고 있다.

상반기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에 비해 견실한 실적을 지켜낸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투자은행(IB) 협업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리테일에 국한됐던 WM사업을 기업과 연계해 확장시킬 것”이라면서 “해외주식 부문 강화를 위해 현지 대표 증권사와의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함께 유일하게 발행어음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도 나름의 전략을 짜고 있다. 작년 말 발행어음 판매 후 지난 6월 말까지 이미 2조 7400억원을 팔아치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안에 외화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하반기 실적 하락이 상당히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콩 H지수가 반등에 실패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이익 감소가 확실시 되고 있는데, 미래에셋대우는 ELS 등 파생결합상품 잔고가 7조원 수준으로 가장 크기 때문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비즈니스 환경을 재점검하고 연결세전이익 1조원을 목표로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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