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63)이 욱일기와 관련한 질문에 답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유감을 표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은 7일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이름으로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진행된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는 한 기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쿠니무라 준을 향해 "일본 배우로 최근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이에 쿠니무라 준은 "아직 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괜찮다면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이후 설명을 들은 그는 "욱일기가 일본 해상 자위대의 전통 깃발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또 한국 국민들이 이 깃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욱일기가 전통이기 때문에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부분은 일본이 한국의 마음을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일본 안에서도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배우로서보다 개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쿠니무라 준의 이런 답변을 접한 일본에선 즉각 그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영화제 측이 한일 간 민감한 사안으로 게스트가 정신적 고통을 받게 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한 것.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쿠니무라 준의 모습. /사진=더팩트 제공


영화제 측은 "영화제에서 정치적 의견이 오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나 지나치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게스트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십 시간의 토론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의 짧은 문답은 충분히 그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이 점을 숙지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영화제는 앞으로 게스트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에 노출되지 않도록 꼭 유의하겠다. 다시 한번 쿠니무라 준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쿠니무라 준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이날 쿠니무라 준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나 고통 속에 사는 것보다 밝은 희망과 따뜻한 추억이 필요하다. 그것을 영화를 통해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1981년 영화 '가키테이고쿠'로 데뷔한 쿠니무라 준은 2016년 한국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에 출연하며 한국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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