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 주최한 '기업정책과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가 27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회관 14층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겸 주제발표를 한 좌승희 회장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업정책의 새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좌 회장은 발표에서 신상필벌 및 차별화경제와 경제평등주의를 대비시켜 한국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 관심을 끌었다.

좌 회장은 "현재와 같은 경제민주화와 경제평등주의 포퓰리즘 정책은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기업들의 해외탈출을 조장해 저성장체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박정희대통령 시절 개발연대의 한강의 성장 신화는 차별화 경제정책과 신상필벌원칙을 충실히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동기부여와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경제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 회장은 "지난 30년간 저성장고착화는 '이웃이 흥하면 내가 망한다'는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와 경제평등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정책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는 점도 제안했다.

좌 회장은 “재벌의 경제력집중이 문제가 된다면, 즉  삼성과 현대차, LG, SK가 논란이 된다면 이들 재벌들을  청산하려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삼성과 현대차가 나오도록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처럼 삼성은 전자, 현대차는 자동차 분야로 고착된 시장진입제한을 과감히 없애 국내외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재벌규제정책은 재벌의 경제력집중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좌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옥의 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면서  국가가 30여 년 동안을 대기업은 싫고 중소기업만 사랑한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디어펜은 2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업정책과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조동근 명지대 교수,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겸 KDI초빙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이 경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점차 사라지고 고만고만한 중소기업 천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이 좌 회장의 경고다.

그는 "포퓰리즘적 경제정책과 평등주의 경제정책들이 지속되면 한국경제는 선진경제도약은 고사하고 후발경제에 추월당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발표를 한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투자가 살아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그룹으로 진입하는 것이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5조원, 2조원 등 자산규모별 특별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국내투자가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경제민주화라는 명분하에 대기업의 투자를 일감몰아주기와 재벌독식 등으로 매도하면 대기업그룹의 출현은 요원해지고, 새로운 대기업 출현이 불가능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산분리규제를 풀어 창조적 창업과 업종간 창조적 융합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비스업종에 대한 칸막이규제도 과감히 혁파해야 투자와 일자리 성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 교수가 또 하나 강조한 것은 "주식회사보다 유한회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한회사의 경우에는 사원의 지분양도가 제한되고, 자본증가나 현물출자 등으로 인해 자본의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사원들이 지분 수에 비례하여 전보해야 하는 등 자기책임원칙이 주식회사에 비해 강하게 적용되는 회사형태이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유한회사는 등기부에 공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도의 공시제도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법률적 통제를 적게 받는 등 책임경영과 투자유발 동기가 분명한 회사라는 점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소기업기본법이나 벤처특별법 등 중소기업지원법의 대대적 개혁을 통해 회사의 지배구조나 회사의 형태가 자기책임원칙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일본의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이 대부분 유한회사인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교수의 논점이다.

이어 발표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인위적인 분배질서를 전제하고 있다"면서 "공정을 표방하지만, 강자의 것을 덜어내 약자에게 옮겨주는 것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의존을 타성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국가는 서로 대립되는 경제주체 간의 이해를 조정할 만한 '경제계산능력'이 없다"면서 "경제민주화는 국가개입주의에 지대추구행위가 더해진 최악의 조합으로, 일자리를 걷어차고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빠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중소협력업체의 등골을 빼먹어 자신들만 살찌고, 협력업체는 고사위기에 몰렸다는 야당, 좌파학자와 시민단체들의 비난에 대해 타당한 가설이 아니다"라며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것이 '진실'이라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사실(fact)을 공시할 경우 협력업체의 주가(株價)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수익률은 양극화되지 않았으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모두 매출액대비 총자산수익률과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 등에서 동반성장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예로 조 교수는 조정에 비유했다.

조 교수는 "조정(漕艇)경기에서 1명의 캡틴과 8명의 선수를 한 팀으로 가정할 때, 가장 이상적인 팀 구성은 '네 명의 왼손잡이와 네 명의 오른손잡이'"라며 "성적이 더 이상 오르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 '균형상태'다. '균형 상태'는 패자를 계속 솎아낸 결과 사후적으로 얻어진 '결과'일 뿐 코치(정부)는 어떤 선수가 오른손잡이고 왼손잡이인지를 모르고 알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지금 국민소득 2만4000만달러에서 성장판이 닫혀 있다"면서 "경제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높고, 청렴도도 제고된다"고 말했다.

또 "기업정책을 '정치의 손'에서 '시장과 법치의 손'으로 넘겨야 한다"며 "그 길이 정치적 구호 하에 외국에 선례도 없는 계열사규제, 투자규제, 지분규제, 지분보유형태 규제 등에서 벗어나 기업정책을 정상화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현장의 지식을 기업보다 더 잘 알 수 없다"며 "경제의 정치화와 경제평등주의 정책들이 지속되면 한국경제는 선진경제도약은 고사하고 후발경제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좌승희회장은 27일 미디어펜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한 <기업정책과 한국경제의 진로>세미나에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업정책의 새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신상필벌및 차별화경제와 경제평등주의를 대비시켜 한국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좌 박사님의 말씀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더 많은 대기업과 대기업집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 많은 집중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한국은행의 기업실사지수(BSI)는 2010년까지 90 이상이었으나 2011년 '김정일 사망'으로 80 이하로 떨어졌고 2012년 '대선기간동안 정책공약의 난립'으로 BSI지수는 65까지 떨어진 바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이러한 경제전반에 파급력이 크고 중요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나타난 경제불확실성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정이 시스템화돼야 불확실성의 파급효과를 완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정책 결정에 투명성확보와 객관적 정책결정, 정책결정에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도권규제 완화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보면 일본정부는 수도권 규제 폐지 등 각종 규제개혁으로 총 18조엔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며 "정부의 정책목표는 고용률 70%지만 현재와 같은 고용경직성은 기업투자를 저해시켜 목표달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원장은 중소기업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중소기업 보호의 축소와 가업계승사업자 상속세 면제도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규제, 고용보호, 중소기업 보호 등과 같은 경제민주화 정책의 추진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기반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보호제도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로 한계에 다다른 기업의 퇴출을 지연시켜 생산성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상속 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보장할 수 있도록 상속·증여세를 개편함으로써 기업가정신을 제고하고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정치적 극단론에 대한 경계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적 접근은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켜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정치의 경제개입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법의 제정과 집행이 공정해야 하며 정치적 포퓰리즘이나 극단주의에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디어펜=장원석, 장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