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회의 판문점선언 비준 문제를 놓고 바른미래당 내 노선갈등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양상인데 다가올 정계개편을 앞두고 명분을 쌓는 게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8일 판문점선언 비준에 대한 당론을 모으기 위해 워크숍을 열었다. 정부 입장을 듣고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불러 보고를 받기로 한 자리였지만 지상욱·이학재·김중로 의원은 공개 석상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절차상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워크숍에서도 “냉전적 안보관을 탈피하고 평화 프로세스에 당당한 야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우리 국회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도 “수구냉전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며 손 대표와 손발을 맞췄다.

그러자 지 의원은 “당에 냉전적 안보관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 손 대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맞받았고, 이 의원은 조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듣기로 한 데 대해 “당이 비준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도 “(당내 반대론을) ‘냉전적 사고’로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위험하다”고 했다.

이처럼 판문점선언 비준을 둘러싼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손 대표가 취임 초반 ‘조건부 협조’ 방침을 밝힌 뒤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승민 전 대표와 가까운 지 의원이나 한국당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이언주 의원 외 다른 의원들로부터도 반발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진 바른미래당은 창당 초기부터 ‘정체성’ ‘화학적 결합’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이번 판문점선언 비준 논란도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손 대표가 당대표로 당선된 직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에서 온 분들은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며 “손 대표가 판을 흔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가 제기한 ‘보수통합론’은 물론 민주평화당의 ‘재결합’ 주장도 꾸준히 나오면서 당내 일부 세력이 다가올 정계개편을 대비해 ‘명분쌓기’에 나섰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결국 정치는 명분인데 노선 갈등과 같은 확실한 명분이 또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 바른미래당은 8일 판문점선언 비준에 대한 당론을 모으기 위해 국회에서 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다./바른미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