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와의 규제끗발 싸움 볼썽, 국산차 신뢰 떨어져 수출 타격 우려도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국토부 자동차관련 관리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자동차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산업부에서 해온 연비측정업무를 가져오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같다. 국토부의 어설픈 연비측정 강화가 전체 생산량의 80%이상을 수출하는 한국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선 합격판정을 받았는데, 국토부 관리들이 불합격시키면 어떻게 되나? 산업부도 해외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해 연비불합격 판정을내린 것은 향후 심각한 통상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 수입차들이 한국에서 피해를 당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유럽과 미국에서 그대로 보복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애써 무시하는 것 같다. 우물안 관료들이 자동차산업을 뒤흔들려고 작태를 벌이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국토부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모델의 연비가 과장됐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불거졌다. 국토부는 자체 연비측정시설로 조사한 결과, 싼타페는 복합연비보다 실제연비가 6.3%, 코란드스포츠는 7.1%씩 과장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차허용범위인 5%를 벗어났다는 것. 이로인한 피해보상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심지어 미국 포드의 경우 연비과장으로 해당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했다는 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하는 친절함까지 과시했다.

그동안 자동차연비를 사후검증해온 산업부에선 이들 차종의 연비가 오차허용범위안에 있다며 적합판정을 내려왔다. 문제는 산업부가 진행해온 연비측정에 대해 국토부가 갑자기 뛰어들어 부처간 분란을 조장하고, 자동차업계마저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산업부가 해온 연비측정은 엉터리인양 여론을 몰아갔다. 뻥연비라는 식의 자료를 만들어 특정언론에 지속적으로 흘리는 등 언론플레이마저 서슴없이 했다.

국토부의 연비측정 발표는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속내는 전혀 다르다. 산업부가 해온 자동차연비측정 업무를 이참에 빼앗아오겠다는 노골적인 부처이기주의, 밥그릇뺏아오기 가 강하다. 연비측정업무를 조정하려면 국무조정실 주재로 산업부와 국토부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일원화하면 될 일이다. 국토부는 이런 기초적 상식조차도 지키지 않으면서 무식하게 산업부의 연비측정업무를 가져오려고 무리수를 뒀다.

   
▲ 국토부와 산업부간의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측정 결과가 각각 달라 자동차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소비자들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 정은보 차관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최근 자동차연비 재검증 추진 경과및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는 부처간 컨트롤타워기능을 제대로 발휘 못한채 연비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얼버무려 비판을 받고 있다.

규제행정을 서로 확보하려는 것은 관료들의 경제적 지대(rent) 추구 행태나 다름없다. 규제를 통해 기업을 쥐고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업무를 맡아야 관료들은 기업에 대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래야 기업에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부처간 밥그릇싸움이 볼썽사납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연비 측정을 계속 붙들고 싶어했고, 국토부는 자신들도 숟가락 하나 더 얹으려고 대들었다. 두 부처는 지난 6개월간 따로따로 해당 차종에 대한 연비재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결론은 제각각이었다. 산업부는 오차범위안에 있다고 했고, 국토부는 뻥튀기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 산업부에서 사후검증방식으로 연비합격판정을 받았지만 국토부가 뒤늦게 부적합 판정을 내린 현대차 싼타페모델.

부처간 갈등과 이견이 불거지면서 국무조정실이 조정에 나섰지만 자동차업계의 불신을 초래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여곡절 끝에 자동차연비측정 업무는 국토부로 일원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부처간 중재를 제대로 하지못한채 한심한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소비자들로선 황당한 상황이다. 국토부와 산업부가 정반대의 결론을 냈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부처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지 답답해졌기 때문이다. 연비가 과장됐다면 소비자들로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부처간 결론이 다른 상황에서 소비자들로선 보상문제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기재부는 “최종판단은 법원이 할 것”이라는 식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아무리 경제부총리가 현재의 현오석장관에서 최경환 새누리당의원으로 교체되는 과도기라고 해도 경제이슈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능하게 수수방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경제부총리를 왜 뒀는지 모르겠다.

국토부의 돌출행동은 사실상 자동차업계에 대못을 박는 행위다. 손톱밑 가시보다 더 큰 규제다. 박근혜대통령은 손톱밑 가시를 빼주는 것은 물론,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과감하게 혁파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을 힘들게 하는 각종 규제는 쳐부셔야 할 암덩어리라고 경고했다.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는 관료들에 대해선 승진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여전히 부처간 이기주의와 끗발싸움으로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측정 갈등으로 인해 자동차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차와 정부에 대한 불신만 부채질하는 것도 문제다. 부처간 규제고수와 빼앗기 싸움으로 한국자동차연비제도에 대한 심각한 허점과 불투명행정문제가 전세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국제적 망신살을 자초한 것이다.

국토부는 전세계적으로 연비에 대한 표준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규제행정을 해야 한다. 차량연비는 국가마다 측정방식이 달라 동일한 차량이라도 국가별로 복합연비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예컨대 현대차 i30 1.6휘발유 모델은 유럽에서 연비가 17.7km로 나오지만, 한국에선 13.8km로 낮게 나온다. 현대차 기아차 연비는 유럽 등 해외에서 국내보다 30%이상 더 높게 신고하고 있다. 수입차도 한국보다 유럽에서 연비를 더 후하게 측정받고 있다. 연비 오차허용범위도 국토부는 5%를 강조하고 있지만, 유럽과 중국등에선 8%로 유연하다. 자동차강국 일본에선 연비기준이나 사후인증제도가 아예 없다.

국토부는 마치 자신들이 가장 정확한 연비측정기관인양 내세우며 국내외자동차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등은 그동안 산업부의 적합판정을 믿고 내수판매와 수출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국토부가 뻥연비 운운하며 국내자동차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누굴위한 행정인지 답답하다. 현대기아차가 입게될 난처한 상황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비중은 15%미만이다. 나머지 85%는 중국 미주 유럽 아시아 남미 중동에 수출된다. 지난해 판매량은 750여만대에 달했다. 이중 637만대이상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것. 올해는 786만대 판매목표를 세웠다. 현대차의 수출물량은 490만대(내수 68만대), 기아차는 296만대(내수 48만대)로 늘어난다. 현대차 기아차의 자동차수출은 한국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높다. 외화가득률도 전자 반도체 휴대폰 등 IT업종보다 훨씬 높다. 고용 및 중소협력업체 육성등에서 최고의 효자산업이다.

만약 국토부 주장대로 현대 기아차의 연비가 과장됐다면 해외 소비자들이 당장 줄소송을 할 개연성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과징금과 집단소송등을 제기할 수 있다. 산업부의 적합판정 만 믿고 판매를 해온 국내자동차업계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일관성있는 연비측정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글로벌트렌드를 고려해서 투명하고 객관적인 연비측정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해외에 없는 기준을 과도하게 도입하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수가 된다. 현대차 기아차를 수입하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통상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부적합판정을 마구 내리면, 현대차와 기아차를 수입하는 국가들도 동일한 통상보복을 가할 개연성이 높다.

국토부와 산업부 관료들은 제발 밥그릇싸움을 그쳐라. 자동차업계를 도와주는 행정을 펴라. 과도한 규제포획으로 기업을 괴롭힐 생각일랑 접어라. 우물안 개구리 규제로 자동차업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태를 지양하라. 규제권한이 강화되면, 자동차관련 조직과 권한이 늘어난다는 우매한 생각은 하지말아야 한다. 기업을 도와주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힘써라. 통상마찰과 보복을 초래하는 행태는 접어야 한다. 규제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자동차업계도 연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등에선 연비를 과장한 자동차메이커에 대해 대규모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 기아차도 지난해 미국에서 연비과장 판정을 받아 90만명의 소비자에게 4억달러가량을 지급해야 했다. 소비자들의 깐깐해진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중요해졌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