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웃사이센터' 접수된 상담 건수 2만2849건…통계 작성 이래 최다
올 1~7월 접수 건수 1만7870건 월평균 2553건…또 한 번 기록 갱신 가능
대한민국은 인구 60%가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속출하고 있다. 층간소음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층간소음 등 문제의 해법을 개인에서 찾을뿐, 적극적 대안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건설사의 적극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미디어펜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진단하고, 지혜로운 해결책 모색을 위한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층간소음 ①]모두가 행복한 공동주택 만들기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지난 5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경기도 화성시의 30대 남성 A씨. 하지만 새 보금자리로 이사한 기쁨은 한 달도 되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이사 직후 아이들의 뛰는 소리, 어른들의 발걸음 소리 등 윗집의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된 까닭이다. 수차례 인내하다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소음 관련 민원도 제기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윗집 사람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관리사무소의 전화라도 받는 날에는 보란 듯이 더 큰 소리로 보답하는 윗집 사람들 때문에 심신이 지쳐가는 상황이다. 

층간소음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참다못한 피해자들이 극단적 행동으로 앙갚음에 나서면서 오히려 가해자가 돼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만들고 있다.

1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분쟁으로 인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전화 상담 건수는 모두 2만2849건이다. 전년인 2016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이자, 지난 2012년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대치다. 

올해는 1월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총 1만7870건이 접수됐다. 한 달 평균 2553건이 접수된 셈이다. 지난해 한 달 평균 1904건이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또 한 번의 기록 갱신도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7월 한 달 기준 콜센터에 접수된 전화 상담 건수는 1399건으로 일평균 73.6건에 달한다. 70여 명이 넘는 가구가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 층간소음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사진은 경기도 한 신도시의 아파트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미디어펜


소음·진동관리법의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층간소음이란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으로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는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 텔레비전·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등이 포함된다. 다만 욕실·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변기물 내리는 소리·샤워소리)로 인한 소음, 동물소리(개 짖는 소리), 에어컨 실외기 소리, 보일러 소리 등은 층간소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가운데 71%가 아이들이 뛰거나 걸으며 나는 소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른지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이달 들어서도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이웃을 폭행하거나 위협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광주의 한 60대 남성이 망치를 든 채 윗집을 찾아가 난동을 부려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에서도 지난 7일 층간소음에 화가 나 80대 할머니 등 이웃 3명을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층간소음으로 일 년 가까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30대 여성 B씨는 “층간소음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그 고통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막상 제 일이 되어 보니 왜 층간소음으로 살인·폭력 등의 일이 발생하는지 십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 윗집에 올라가 따져묻고 싸우고 싶은 심정이지만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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