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이 보수 대통합에 대한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기존 한국당을 떠났거나 잠행을 이어가던 거물급 인사의 입당을 추진함은 물론 ‘반(反) 문재인’ 세력을 결집해 통합보수의 위용을 갖춘다는 포석이다.

다만 얼마 전 닻을 올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실권’을 잡은 전원책 위원의 ‘보수 재건’의 방향성이 선명도를 잃어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전 위원을 포함한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당헌·당규와 상관없이 전권을 가졌던 2012년 비상대책위원회는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이념과 동떨어진 ‘새누리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당명으로 바꿨다”며 “‘보수를 버려야 한다’며 빨간 색깔로 당 색을 바꿨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왜 그때 아무도 저항하지 못했나. ‘명망가 정치’ ‘보스정치’에 매몰돼 당내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충성경쟁을 벌일 때 한국당은 무너졌다”며 “무엇보다도 정권을 되찾겠다면, 국가를 경영할 지식과 열정을 갖추었는가를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 다시 계파 경쟁이 벌어진다면, 국민은 마지막 희망의 시선을 거둘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조강특위가 지적한 2012년 비대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었다는 점, 당내 계파청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점 등은 인적쇄신의 칼날이 친박계를 향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당을 대표하고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는 전 위원의 발언은 참신한 인물을 등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결집해 있는 태극기집회 측도 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성명을 발표한 날 오후 전 변호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집회는) 극우가 아니다”라며 “그분들을 보수세력에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란 말”이라고 했다. ‘한국당 몰락의 이유’로 지명한 세력을 수용하겠다는 이중적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 조강특위 활동의 책임을 지기로 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친박계의 구심점으로 분류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황 전 총리가 향후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자 그의 입당 여부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와 조강특위의 활동 방향이 옳은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우클릭’으로 당의 지지도가 떨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정계 복귀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한 ‘형평성’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태극기 세력까지도 포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홍 전 대표를 배제할 명분을 찾아야 하기 때문.

한편, 전 위원은 홍 전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경계하면서도 황 전 총리나 오 전 시장 등의 영입에는 “한 분 한 분 다 보면 소중한 분들”이라며 “단점을 봐서 쳐내기에 앞서 그분들의 장점을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