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기념사업회, '시장과 정부: 적인가, 친구인가' 토론회 개최
이승훈 명예교수 "시장의 신호 무시하고 시장에 맞서고 있어"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의로운 경쟁은 똑같이 나눠 갖는 게 아니라 가져야 할 사람이 갖는 것이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일침이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시장과 정부: 적인가, 친구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가 일방의 정의를 내세워 개입하면 결과적으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 재개발 억제,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정책을 편 것에 대해 “가격이 오르는 건 공급을 확대하라는 시장의 신호인데 이를 무시하고 시장에 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토론자들 역시 최근 경제 악화의 원인은 시장실패가 아닌 ‘정부실패’에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경제의 정치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현 정부가)지난 정부의 ‘정경유착’을 문제 삼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노정유착’의 정부가 들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동자 중심의 정치를 펼친 결과 고용이 경직되고 악화돼 일자리 시장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 남덕우기념사업회가 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시장과 정부: 적인가, 친구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성한용 한겨레신문 대기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고성국 정치평론가,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차기 경제학회 회장),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사진=미디어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요즘 같은 경우 정부 개입이 지나쳐, 거의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고 관료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시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막바지에 이르러선 문재인 정부의 ‘이념’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이 오갔다.

이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정부는 좌고 우고 할 것 없이 민간에 개입하는 걸 즐겨한다”며 “다만 과거 정부는 개입을 하더라도 우파적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좌파적 시각의 개입이 유독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차기 경제학회 회장)는 “솔직히 문재인 정부의 이념을 잘 모르겠다”며 “경제 대책 같은 것이 읽혀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철저한 이념에 입각해 경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대기자는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정부일 뿐이라며 무슨 특정한 이념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좌파, 사회주의라고 규정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섞여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 정부 전체가 사회주의 이념에 경도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너무 심각하게 경제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보니, 전 정부가 그보다 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구현됐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허원순 논설위원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리는 경쟁과 동기부여, 인센티브”라며 “경제가 성장발전하고, 부를 쌓아나가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려면 경쟁과 동기부여, 인센티브가 반드시 필요하고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덕우기념사업회(회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는 청와대 장하성 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스승인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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