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통보 없이 기습 개최…전원 동의 필요하지만 일부 인원 불참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천지·대진 원전 백지화 및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소집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일 한수원 이사회 소집이 무효가 될 경우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도 모두 무효가 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수원 이사회 규정 및 이사회 개최 동의서 등을 검토한 결과 한수원은 지난 6월15일 개최된 이사회를 소집 통보 없이 기습개최했고, 이를 위해서는 이사 전원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이사 1인이 이사회가 끝난 후에 소집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수원 내부규정상 이사회 개최는 원칙적으로 개최예정일부터 7일 전까지 전 임원에게 통지해야한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24시간 전에 통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수원 이사회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24시간 전에도 이사회 개최를 통보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내부규정을 어긴 이사회를 개최한 셈이다.

한수원은 내부 규정은 어겼으나 상위 규범으로 볼 수 있는 '이사 및 감사 전원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언제든지 회의할 수 있다'는 상법 제390조를 활용, 이사 전원의 동의를 받는 형태로 이사회를 개최했다. 한수원 이사 13인 전원의 동의가 있다면 이사회 개최는 적법한 것이 된다.

   
▲ 천지·대진 원전 백지화 및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이사회에 대한 강래구 이사의 동의서(왼쪽)·다른 이사의 동의서/사진=윤한홍 의원실


이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사 13인 전원의 동의서를 이사회 개최 전에 받았어야 하지만, 강래구 이사는 동의서를 이사회 개최 이틀 후인 6월17일에 제출했으며,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강 이사가 제출한 동의서는 안건명·일시·장소 등의 표기법이 다른 이사들의 개최 동의서와 달랐으며, 동의서 제출 일자는 공란으로 비워뒀다.

이사회 개최 전에 이사 전원의 동의를 받았어야 함에도 이사 1인의 동의서는 이사회가 모두 끝난 후에야 제출된 것이다. 이사 전원의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될 경우 이사회 소집 자체가 무효가 되며, 따라서 이사회의 의결 사안이었던 천지·대진 원전 백지화 및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역시 무효가 된다.

윤 의원은 한수원이 강 이사와는 이사회 소집 전일 및 당일 유선통화로 구두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이사회 소집은 유효하다고 주장했으나, 애초부터 구두로 동의할 것이었다면 따로 동의서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점과 사후에 동의서를 제출하고 미리 구두로 동의하였다고 서로 짜맞출 경우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한수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는 민주당 대전시 동구지역위원장 출신의 사외이사로, 이사회 당일에는 광주지역 민주당 행사 일정으로 이사회에 불참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앞으로도 탈원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이사회를 기습개최하고 사후에 받은 동의서도 유효하다고 할 것인가"라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천지·대진 원전 백지화와 관련한 소송이 제기된다면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 문제는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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