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지난해 7월 문을 연 코넥스(KONEX) 시장이 개설 1주년을 맞았다.

코넥스시장은 6월 말 현재 상장기업 55개사, 시가총액 1조원을 기록하며 개설 초기보다 외형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 성공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은 3분의 1 토막으로 급감했다. 코넥스시장의 주요 목표인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상장 역시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태다.

정부가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4월 보완책을 내놨지만, 상장사와 투자자들은 '개인투자자의 예탁금 3억원 완화' 등 추가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코넥스 시가총액 1조 '돌파'…자금조달 성공 잇따라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55개사, 시가총액은 총 1조18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넥스시장 개장 첫날인 지난해 7월1일 상장기업 21개사, 시가총액 4688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코넥스시장은 창업 초기에 있는 중소·벤처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개설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자본시장을 통한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은행대출과 달리 이자비용 및 부채상환 부담이 없고, 코스닥시장보다 진입문턱과 공시부담이 낮다는 점에서 코넥스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코넥스 시장 개장식/뉴시스

자금조달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기준 코넥스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액은 11개사 총 484억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모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가운데 지난 1월 결제서비스업체 옐로페이는 첫 공모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는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은 코넥스 기업의 공모성공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모션제어칩 제조업체 아진엑스텍도 50억원 규모의 공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거래대금 가뭄…활성화 대책도 '무용지물'

그러나 이같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코넥스시장은 지난해 7월 일평균 거래량 7만1030주, 일평균 거래대금 4억3762만원을 기록했다. 12월에는 각각 8만7706주, 5억2375만원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1월 4만9205주, 2억8461만원으로 반토막으로 급감하더니 5월에는 2만5887주, 1억9359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55개 상장사 가운데 거래 자체가 없는 곳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코넥스시장은 창업 초기의 중소기업인 점, 공시의무가 완화된 점 등을 감안해 위험·손실 감내 능력이 있는 투자자로 참여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기관이나 벤처캐피탈 등 전문투자자나 예탁금 3억원 이상의 개인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 10월 보완책을 내놨지만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벤처캐피탈이 코넥스 기업에 투자할 경우 주식 양도차익 및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고, 투자한도(20%)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관련 법률 개정안은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다.

기관투자자의 코넥스 투자 유인책인 '하이일드펀드 투자대상에 코넥스 상장주식 포함'과 '자산운용사의 코넥스 투자 공모펀드 출시' 역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코넥스 기업에 대한 상장지원과 정보제공을 하는 16개 지정자문인(증권사)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개설 이후 투자 보고서를 낸 곳은 5개사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개괄적인 내용에 그쳤다.

◇코스닥 이전기업 탄생 기대…"예탁금 3억원 완화돼야"

전문가들은 코넥스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코스닥 이전상장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자자가 코넥스 투자를 망설이는 원인 중 하나가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 불투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한 코넥스 기업은 전무하다.

다만 아진엑스텍이 최근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다음달 코넥스 기업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이전상장할 예정이다. 환자진단장치 제조업체 메디아나와 반도체 제조업체 테라셈도 올해 하반기 이전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도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 원활화를 위해 '신속 이전상장 제도(Fast Track)'을 도입, 지난 4월에는 이전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기존 외형요건(상장 1년 경과 & 영업이익 시현 & 매출액 200억원 이상 &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가운데 매출액 기준이 100억원 이상으로 완화됐다. 질적심사 문턱도 크게 낮췄다.

그러나 코넥스 기업들은 시장 활성화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개인투자자의 예탁금 3억원 완화'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한 코넥스 상장사 대표는 "시장 자체가 시장의 기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 제한 때문"이라며 "주변에 코넥스에 투자하고 싶은데 예탁금 3억원이 없어 포기했다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토로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투자자 보호 문제'로 개인투자자의 직접적인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코넥스 개인투자자 예탁금 완화와 관련해서는 총리실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금융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여서 조만간 실질적인 개선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