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가 11년만에 참가한 가을야구의 첫 판을 아쉽게 내줬다. 10년 암흑기를 견뎌온 한화팬들은 구장을 꽉 채우고 '육성'만으로도 하늘을 찌를 듯한 응원 열기를 보냈지만 답답한 '변비야구' 끝에 패하는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한화는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와 1차전에서 2-3으로 졌다.

기록상 한화가 2점만 내고 질 경기는 아니었다. 한화는 안타 12개를 때려내고 볼넷 3개를 얻어냈다. 넥센의 수비 실책도 4개나 나왔다. 그런데 한화의 잔루가 무려 13개였다. 

   
▲ 결정적인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못해 아쉬움을 남긴 정근우, 호잉. /사진=한화 이글스


3회말 무사 1, 2루에서 정근우(삼진) 이용규(좌익수 뜬공) 호잉(삼진)이 맥없이 물러났다. 4회말 2사 1, 3루에서는 최재훈이 삼진을 당했다. 5회말에는 1사 만루 찬스를 잡고도 이성열이 투수 땅볼을 쳐 3루주자가 홈에서 아웃됐고, 대타로 나선 김태균은 헛스윙 삼진이었다. 6회말 실책으로 출루한 하주석을 최재훈이 2루타로 불러들였지만 이어진 1사 2루에서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7회말에는 호잉의 3루타와 이성열의 2루타로 한 점을 냈으나 이후 연속된 주루사로 흐름이 끊겼다. 8회말 1사 만루의 마지막 찬스에서도 이용규(내야 뜬공)과 호잉(1루땅볼)의 연속 범타로 한 점도 못 내 끝내 추격을 못했다.

주자가 쌓인 찬스 때 결정타 한 방만 나왔어도 한화는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타격에서의 결정력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한화는 도루를 4번 시도해 3번 성공할 정도로 뛰는 야구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도루 실패가 한 번(1회 이용규) 있었고,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주루사한 것도 3차례(1회 호잉, 7회 이성열 양성우)나 나왔다. 

한화의 이날 경기가 왜 이렇게 꼬였는지 '들뜸'과 '부담감'을 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11년만의 포스트시즌은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낯선 경험이었다.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피를 들끓게 했지만 한편으론 오버하는 심리도 만들었을 것이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관하고 있는 것도 고마우면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한화는 '첫 경기'로 10년을 건너뛴 가을야구의 맛을 봤다. 오늘(20일) 열리는 2차전은 이제 부담이나 흥분 등을 뺀 채 차분하게 평소와 같은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1차전에서 한화 투수진은 큰 동요 없이 전체적으로 호투를 했다는 것. 선발 헤일이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으며 제 몫을 해냈고, 박상원 김범수 송은범 이태양 등 불펜진도 잘 던졌다.

한화는 마운드가 안정돼 있고, 타자들도 12안타를 칠 정도로 타격감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저 '낯선 가을야구'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2차전부터 반격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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