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1·LA 다저스)과 팬들에게 2018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류현진이 올 시즌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영광스럽게도 그 무대는 월드시리즈다.

LA 다저스가 밀워키 브루어스와 치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4승3패로 통과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다저스는 이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와 2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고 7전 4선승제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류현진은 처음 맞는 월드시리즈다. 지난해 류현진은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참가하고 있는 류현진이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월드시리즈 선발' 기록을 세운다. 이전 김병현(2001년·애리조나 소속), 박찬호(2009년·필라델피아 소속)가 월드시리즈 경기에 등판한 적이 있지만 모두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역사적인 등판을 앞둔 류현진. 팬들은 류현진이 몇차전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높다. 현재로서는 다저스 홈경기인 3차전 또는 4차전 선발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류현진은 1선발 또는 2선발로 중용돼왔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치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1차전 홈경기에 선발로 투입돼 7이닝 무실점 역투로 다저스의 첫판 승리(6-0)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휴식일 등을 고려해 류현진을 1선발로 기용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밀워키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류현진이 커쇼에 이은 2선발을 맡아 2차전, 6차전 두 차례 원정경기 등판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2차전서 4⅓이닝 2실점(승패 없음, 다저스 4-3 승)했고, 6차전에서는 3이닝 5실점으로 부진한 피칭 끝에 패전투수(다저스 2-7 패)가 됐다.

지금까지의 로테이션대로라면 류현진은 월드시리즈에서도 1차전 선발 커쇼에 이어 2차전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MLB닷컴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대부분 류현진을 3차전 선발로 예상하고 있다. 2차전에는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 나왔던 리치 힐이 등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현진의 등판이 미뤄지는 것은 휴식일과 원정 부진 때문이다. 20일 등판했던 류현진이 25일 열리는 2차전을 맡을 경우 휴식일이 나흘이다. 무리한 일정은 아니지만 류현진은 5일 이상 쉬고 나섰을 때 더욱 구위와 피칭 내용이 좋았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원정 부진과 홈 강세 때문이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류현진은 두 번 다 선발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부진했는데 모두 원정 등판이었다. 올 정규시즌에서도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이 원정경기 3.58이었고, 홈에서는 1.15로 극강 면모를 보였다.

다저스가 류현진의 원정경기 부담을 줄여주고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류현진을 3선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번 월드시리즈의 1~2차전과 6~7차전은 보스턴 홈경기, 3~5차전은 다저스 홈경기로 열린다.

일각에서는 류현진을 4선발로 돌리는게 좋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시리즈 승부가 7차전까지 갈 경우 3차전 선발이 7차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7차전은 다저스의 원정경기다. 워커 뷸러가 앞선 21일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호투(4⅔이닝 1실점)하며 좋은 구위를 보였기에 3선발로 나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시각이다.

류현진이 3차전을 맡든, 4차전에 나서든 한국인 첫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기록이 된다. 이왕이면 기록을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시원한 호투를 펼쳐 '월드시리즈 첫 등판에서 선발승'이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붙였으면 하는 것이 팬들의 바람이다. 류현진의 승수를 보태 다저스가 30년 묵은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푸는 것, 최상의 시나리오다. 

로버츠 감독이 선발 순서 묘수풀이에 들어간 가운데 류현진은 "지난번 등판 때와는 달라질 것이다. 좀 더 잘 준비해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선발투수 몫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코리안 몬스터'의 월드시리즈 첫 출격, 개봉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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