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최대의 기업공개(IPO) 종목으로 기대를 받았던 SK루브리컨츠가 지난 4월 상장을 철회한 이후 IPO 시장의 분위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 부진의 여파로 상장 자진철회 혹은 공모가 대폭 하향 등의 사례가 이어지는 추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IPO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프라코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고도 상장을 철회했다. 프라코는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진행된 수요예측 이후 지난 18일 상장을 자진 철회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2년 전에도 상장을 추진한 적이 있는 프라코는 이번 상장에 최대 65.64%라는 이례적인 할인율을 적용, 이른바 ‘시장에 맞춘’ 가격을 제시했던 터다. 

   
▲ 사진=연합뉴스


마그넷 기술 전문기업인 노바텍의 경우 최근 공모가를 1만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단순 경쟁률은 66.32대 1로 집계됐다. 노바텍은 공모 물량도 20% 줄이기로 해 당초 계획보다 침체된 분위기를 나타냈다.
 
프라코와 노바텍의 상장 철회 혹은 축소는 모두 양사가 속한 자동차 전방산업의 침체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노바텍은 상장 과정 내내 삼성전자 해외 법인에 대한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 터다. 자동차 내·외장 부품을 만드는 프라코의 주요 고객사 또한 현대·기아자동차다.

IPO 시장 침체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올해 최대의 IPO 종목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았던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랭됐다. 당시 SK루브리컨츠는 수요예측까지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지 못했다는 입장과 함께 상장을 철회했다. 

HDC아이서비스 또한 지난달 수요예측 실시 후 상장을 포기해 충격을 줬다. 상장 후 시가총액만 1500억~2000억원이 예상되는 대어 HDC아이서비스는 당시 애경산업, 롯데정보통신, 티웨이항공 등에 이어 네 번째로 공모규모가 큰 기업이었지만 수요예측 결과 부진으로 상장 계획이 틀어졌다.

너무 일찍 찾아온 시장의 ‘겨울’에 관련 기업들은 당황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코스피 지수가 약 7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한 이른바 ‘검은 목요일’ 이후 신규 상장주는 물론 모든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은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상장에 성공해도 향후 주가 흐름을 낙관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IPO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증시 폭락 가능성까지 얹어져 IPO 시장의 ‘겨울’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프라코의 경우를 보면 할인율을 지나치게 높여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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