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안우진(19)이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마운드의 '히어로(영웅)'로 떠올랐다. 처음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눈부신 피칭을 잇따라 펼치며 넥센을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다.

넥센은 한화 이글스와 치른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를 거두고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제 넥센은 오는 27일부터 정규시즌 2위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됐다.

넥센 타선에서 2차전 연타석 3점포를 때리는 등 4경기 8타점을 올린 임병욱이 가장 빛났다면, 투수진 가운데서는 안우진이 단연 돋보였다. 넥센이 거둔 3승 중 2승을 안우진이 구원승으로 따낸 것이다. 

   
▲ 사진=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한화 타선을 압도하며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호령한 안우진의 역투는 넥센의 다음 상대 SK의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떠올리게 한다. 고졸 신인이 포스트시즌에 등판해 깜짝 호투를 펼치며 팀의 시리즈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해낸 것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20일 대전에서 열린 2차전에 선발 한현희, 두번째 투수 오주원에 이어 넥센이 3-4로 뒤진 4회말 2사 2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그리고 3⅓이닝을 단 2안타만 내주고 5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았다. 넥센은 안우진의 호투를 발판으로 7-5 역전승을 거뒀고, 안우진은 구원승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 51개의 공을 던졌던 안우진은 이틀을 쉬고 23일 고척돔에서 열린 4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이승호가 1-1로 맞선 4회초 1사 1, 3루 위기에 몰리자 안우진이 구원 투입됐다. 안우진은 불을 잘 껐다. 1루주자 하주석이 2루 도루를 해 2, 3루가 된 다음 김회성을 유격수 땅볼 유도했을 때 3루주자 이성열이 홈을 밟아 실점(이승호 자책점)하긴 했으나 추가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후 안우진은 9회까지 나머지 이닝을 모두 책임지며 마운드를 지배했다. 5⅔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져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선발투수나 마찬가지 활약을 펼쳤다. 넥센은 안우진의 든든한 호투를 등에 업고 5-2로 역전승, 시리즈 승부를 4차전에서 끝냈다. 안우진은 또 승리투수가 됐다.

김광현이 역시 고졸 신인으로 19세 나이였을 때,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두산과 맞붙었다. SK가 1승 2패로 밀린 가운데 맞은 4차전, SK의 선발투수로 김광현이 나섰다. 선발 기용 자체도 놀랄 만한 일이었는데, 김광현은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깜짝 역투로 SK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김광현의 승리로 기세가 오른 SK는 5, 6차전을 내리 이기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SK 왕조'의 시작을 알렸던 것이 바로 김광현의 포스트시즌 데뷔 등판 호투였던 것이다.

2007년 김광현과 2018년 안우진은 닮은 점이 많다. 각각 1차 지명을 받을 정도로 고교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꼽혔고, 고액의 계약금(김광현 5억원, 안우진 6억원)도 받았다. 데뷔 시즌 정규리그 성적이 그렇게 빼어나지 않았음에도(김광현 20경기 3승7패 평균자책점 3.62, 안우진 20경기 2승4패 평균자책점 7.19) 포스트시즌 경기에 중용됐다. 그리고 눈부신 호투로 인상적인 가을야구 데뷔 신고를 하며 팀의 시리즈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김광현은 착실하고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하며 국가대표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쳐 슈퍼스타가 됐다. 안우진도 실력 면에서는 스타성이 충분하지만 고교 시절 후배에게 폭력을 휘둘러 징계를 받았고, 넥센 입단 후 60경기 출전 정지의 자체 징계를 거친 후에야 출전할 수 있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꼬리표가 붙은 안우진은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고, 이번에 화려한 가을야구 데뷔를 하고서도 찬사보다 따가운 시선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넥센과 SK가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닮은꼴이지만 현재 처지는 다른 안우진과 김광현이 각자 진가를 드러낸 가을야구에서 만난다. 흥미로우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하는 특급 투수들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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