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2018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정규시즌 2위 SK가 정규시즌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서 KIA, 한화를 잇따라 물리치고 올라온 넥센과 27일부터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툰다.

SK와 넥센이 가을야구에서 만난 것은 '특정인'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바로 염경엽 SK 단장이다.

2년째 SK 프런트를 이끌고 있는 염경엽 단장은 2016시즌까지는 넥센 감독이었다. 코치와 구단 프런트를 오가며 독특한 이력을 쌓았던 염경엽 단장은 2013 시즌을 앞두고 넥센 감독을 맡아 4년간 팀을 지휘했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 부임과 함께 약체 이미지를 단번에 털어내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신흥 강팀으로 자리잡았고, 염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염경엽 단장은 2016시즌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이 패하자 곧바로 감독직 사퇴를 선언하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구단과 깊어진 갈등이 감독 사퇴의 이유였고, 이미 그 전부터 염경엽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절반만 맞았다. 넥센 감독에서 물러난 후 약 3개월이 지나 염경엽 '감독'은 SK '단장'으로 선임됐다. SK로 옮긴 것은 맞지만 감독이 아닌 단장을 맡은 것이 이례적이었다.

   
▲ 사진='더팩트' 제공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SK 단장으로서도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SK는 지난해 외국인 감독(힐만)을 사령탑에 앉히고 구단 개혁 및 선수단 정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선수 영입을 위한 무리한 지출 없이도 자체 육성과 효과적인 트레이드 등으로 선수단의 체질을 강화해 지난해 5위, 올해 2위로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SK의 이런 호성적에는 염경엽 단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야구인들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염경엽 단장이 넥센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넥센 선수단에는 여전히 염경엽 '감독'의 흔적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 주축 선수인 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등은 염 감독의 지도 아래 급성장했고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MVP를 차지한 임병욱은 염 감독이 일찌감치 대형 외야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정후(2017 신인), 안우진(2018 신인)같은 대형 신인들이 넥센에서 잇따라 배출되고 있는 것도 염 감독이 선수단의 미래를 위해 체계적인 선수 선발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영향이 크다.

이렇다 보니 이번 SK-넥센의 플레이오프는 '염경엽의 현재(단장)-과거(감독) 대결', '염경엽 시리즈' 등으로 불리며 야구팬들의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힐만 감독과 장정석 감독의 지략 대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 발휘에 따라 승부는 갈릴 것이다.      

그래도 넥센이 '4위팀의 반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어가려면 염경엽 단장을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고, SK가 넥센발 가을 돌풍을 잠재우고 대권 도전자가 되려면 넥센에 남아있는 염경엽 감독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

디펜딩 챔피언 KIA,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한화가 탈락해 화제성이 약해진 느낌이 있는 이번 가을야구. 야구팬들의 새로운 흥미를 자극하는 '염경엽 시리즈'가 27일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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