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불을 지핀 ‘보수통합론’이 바른미래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보수통합은 모두 합쳐서 한 그릇에 담자는 게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통합에 대해 서로 오해와 잘못 인식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가 각각의 정책에서 파열을 일으키고, 또 잘못된 길을 가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보수 정치권의 여러 주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전 위원은 통합 전당대회를 언급해 사실상 바른미래당의 통합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다만 바른미래당을 콕 집어 통합하자는 뜻을 밝히지는 않아 바른미래당의 내분을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마저 나왔다.

특히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 의원 11명이 한국당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밝힌 시점부터는 이 같은 해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통합의 대상으로 치부된 바른미래당은 발끈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한국당행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논란을 일축했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통합전대 논란이 불거지자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손 대표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뿐만 아니라 전 위원이 ‘태극기부대’도 통합의 대상이 못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자 손 대표는 “(한국당 중심의 정계개편은) 극우보수 잡탕밥밖에 안 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과거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에 몸담았던 하태경 의원도 “한국당은 태극기부대·일베와 대통합하라”며 “태극기부대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힐난했다.

두 당 간에 명확한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실제 김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이 논평에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 빗댄 데 대해 “굳이 어디라고 얘기하지 않겠지만, ‘쓰레기’라는 과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얘기하는데, 오해와 억측으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처럼 한국당의 보수통합 구상이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김 위원장의 통합론은 당분간 ‘야권연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한 야당 관계자는 “당장 정부와 여당에 대항할 스크럼을 짜야 하는 상황에서 연대가 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 아니겠나”라고 평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했다./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