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1·LA 다저스)에게는 아쉬움이 한가득 남은 월드시리즈 첫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월드시리즈 2차전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패전투수가 됐다. 4⅔이닝 4실점했고 다저스는 2-4로 지며 1차전(4-8패)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기록상 류현진의 부진이 팀 패배를 부른 것 같지만 내용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4회까지 1실점으로 막던 류현진은 다저스가 2-1 앞선 5회말 2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류현진은 교체돼 물러났고, 이어 등판한 라이언 매드슨이 밀어내기 볼넷과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류현진이 남겨둔 주자 3명을 몽땅 실점으로 연결시켰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 투수교체를 두고 비판을 받아야 했다.

   
▲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류현진 개인적으로 첫 월드시리즈 등판이었던데다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경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지만 어쨌든 류현진 스스로 강판 상황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았으면 2-1 리드를 지킨 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이제 관심사는 류현진이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라 2차전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로테이션상 류현진이 다시 등판할 경기는 오는 31일 열리는 6차전 원정경기다. 6차전까지 가려면 2연패로 몰린 다저스가 27일부터 열리는 홈 3연전에서 최소 2승을 거둬야 한다.

다저스는 1, 2차전에서 투수 교체 실패와 함께 타선 침체로 내리 졌다. 투수력은 보스턴에 밀릴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타선은 분명 열세다. 하지만 홈에서 3연전을 갖는 만큼 타자들이 분발해준다면 충분히 2승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보스턴의 쌀쌀한 날씨 탓에 움츠러들었던 다저스 타선이 온화한 기후의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또 하나,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역사를 돌아보면 먼저 2연패를 당했다고 해서 크게 기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저스는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다저스는 통산 6차례 월드시리즈 우승(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포함) 경험이 있다. 1955년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고 1958년 로스앤젤레스로 연고지를 옮긴 뒤에는 1959년, 1963년, 1965년, 1981년, 그리고 1988년에 우승했다.

이 6차례 우승 가운데 절반인 3번이나 2연패로 시리즈를 시작해 역전 우승을 했다. 1955년, 1965년, 1981년 월드시리즈에서다.

다저스가 역전 시리즈를 만드려면 일단 홈 3연전 첫 경기인 27일 3차전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연패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꿔놓아야 반격에 힘을 낼 수 있다. 3차전 다저스 선발투수로는 워커 뷸러가 나서 보스턴의 릭 포셀로와 맞대결한다.

다저스가 승부를 최소 6차전까지 끌고 가 류현진이 다시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고, 승리를 이끌어내는 멋진 피칭을 해준다면 팬들은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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