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때 금리우대 조건으로 ISA 은근슬쩍 끼워팔기
상품 설명 요청하니 "의무가입기간 3년만 지키면 절세"
금융당국 팔짱 속 은행은 깡통계좌 유치해 실적 올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직장인 박 모(여·30세)씨는 얼마 전 A은행에서 1년 만기 신용대출을 받았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하게 됐다.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선 ISA 가입이 필수이니 소액이라도 계좌를 개설하라는 은행원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었다. 당시 박 씨는 전체 대출금의 0.2%에 달하는 금액을 ISA 계좌에 납부해 0.1%포인트의 금리를 인하 받았는데 가입 시 상품 운용과 관련해 의무가입기간 3년이 있다는 것 외에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은행권이 우대금리를 핑계로 대출 고객에게 ISA 가입을 권유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과 중산층의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만능 재테크 통장' ISA는 출범 이후 최초 가입금액 유치 후 운용이 없는 깡통계좌가 많아 은행의 실적 올리기 상품이란 지적이 많다. 특히 대출 실행 때 은행마다 끼워파는 일도 비일비재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26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여간 대출 실행 2일 전후로 ISA에 가입된 건수는 2만564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만81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5600건, 국민은행 801건, IBK기업은행 639건, KEB하나은행 220건, 광주은행 196건, 부산은행 41건, 경남은행 10건, NH농협은행 4건, 스탠다드차타드·SH수협·DGB대구은행 각각 1건으로 집계됐다.

이번 가입 실적의 경우 대부분이 1만~10만원 소액계좌로 소위 '꺾기'가 의심되지만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감독기관의 설명이다.

   

'꺾기'란 은행이 고객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빌미로 대출 30일 전·후 예적금이나 보험, 펀드 가입 등을 강제로 가입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원금 손실이 있는 펀드나 보험 등에 대해서는 그 규정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ISA는 수익 추구형 상품이라 '꺾기'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은 ISA 원금 보존 상품에 대해선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소비자 스스로 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상품을 가입해 규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객이 금리 인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권이라 규제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 상담을 할 때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운 ISA 상품까지 권유하는 행위가 자칫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시간 진행되는 대출 신청에 따라 ISA에 대한 상품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대출 상담만 받고 일어서지 ISA 설명까지 다 들을 리도 만무하다.

박 씨 또한 "소액 유치에 원금보장까지 되니 자신을 도와달라는 은행원의 요구를 마다하기 힘들어 억지로 상품을 가입했다"며 "막상 대출을 받고 회사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운용법을 몰라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 자료=연합뉴스 제공


현재 은행들은 우대금리에 대해 자율적으로 인하 폭과 상품을 정하는데, ISA처럼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상품 위주만 권해 개선이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대 조건과 관련해 끼워팔기 논란이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범위가 아니라면 위반 대상이 아니라 감독에도 한계가 있다"며 "다만 법 규정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제도 개선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ISA 가입을 적극 유치하면서 금융당국의 성과는 높아지고 있다. 정책형 상품인 ISA에 대해 금융당국은 전 국민 가입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 노력을 기울여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ISA 계좌 수는 211만좌로 가입금액은 5조1298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입액은 7월 말(4조9848억원) 대비 1450억원 증가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임기 중 과제로 생산적 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ISA의 재산증식 기능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ISA는 은행의 실적에 필요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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