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형식만 빌리고 청와대와 법무부가 생사여탈을 임의대로 하려는 것이냐" 비판 거세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 정당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특별재판부 구성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사법부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법원 밖에서는 한국당이 "특정재판부를 만드는것 자체가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나섰고, 법원 내부에서는 검찰의 전방위 여론전과 4개 정당의 특별재판부 추진에 대해 사법 독립과 이에 따른 '공공의 신뢰' 달성을 위해 선을 그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헌법 110조 1항은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낸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국회의 '특별재판부 추진' 기사 내용을 올리면서 "이미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법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리거나 심지어 사건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때에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부장판사는 "재판을 요구하는 국민이 자신의 사건이 어떤 법원의 어떤 법관에 의해 처리될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어떤 하나의 사건만을 재판하기 위해 예외 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밝혔다.

부장판사 출신인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윤 교수는 판시 내용 중 "법률에 의한 법관을 보장함으로써 사법이 재판기관의 조작에 의하여 사건 외부의 영향을 받는 위험을 예방하려고 한다"며 "개별 사건에 관하여 재판을 할 법관을 선임함으로써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쪽으로부터 그러한 조작이 행해지는가에 관계없이 회피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그에 의하여 사법의 독립이 지켜지고, 법원의 불편부당성 및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추구하는 자와 공공의 신뢰가 달성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한 현직 고법 부장판사는 과거 유신체제에서 특별법원을 설치해 재판권을 행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는 모두 재판의 형식만 빌린 것일 뿐 청와대와 법무부가 생사 여탈을 임의대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추진하려는 특별재판부 구성이 이러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당시 대법원이 헌법자체가 잘못됐다고 선언하지 못했던 용기부족으로 그 업보를 법원이 뒤집어쓰고 있지만, 사건의 주된 책임은 청와대와 검찰에게 있고 그 앞잡이가 법원의 외양만 갖춘 특별법원이었다"며 특별법원의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황 부장판사는 앞서 법원 내부 전산망에 "사람이 잘못하면 책임져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벌도 받아야 하지만 그에게 어떤 방법으로 책임을 지우고 어떤 방법으로 형벌을 가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재판 제도는 법관들의 문제지만 그 이전에 우리 국민의 문제"라고 일침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판사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기에 선입견을 가지면 안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입법부가 사법부에 관여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국회의 '특별재판부 추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