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들어오는 중국 투자자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정작 증권사들은 홈페이지에 중국어 기능조차 없어 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증권사로 발돋음 하겠다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증권사들조차 홈페이지에 중국어 기능 제공이 되지 않아 말로만 세계화 아니냐는 쓴소리를 면치 어렵게 됐다. 

1일 금융감독원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중국계 자금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코스피에서 순매수 행진을 보이면서 1조412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자금이 매도와 매수를 오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 투자를 늘리는 이유를 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는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6년 반 동안 누적 추이에서도 중국계 자금의 ‘바이 코리아’가 두드러진다. 2008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국내 주식의 총 순매수액은 중국이 8조328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6조4072억원)와 캐나다(2조3908억원) 자금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 투자를 늘리는 이유를 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는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3월 말을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3조4400억 달러(약 382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다.

이렇게 중국 자금이 한국 증시로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들은 이들을 맞을 준비가 미흡해 보인다. 실제로 본지가 조사한 결과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중 홈페이지에 중국어 기능이 제공되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아직은 중국인 직접 투자자가 많지 않고 필요하면 국제영업부를 통해 전화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어 홈페이지 기능은 추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식거래 부진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 수익원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증권사 입장에서 중국인 투자자를 유입해 수익 창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보다 자본시장이 발전돼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중국인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 가운데는 요즘 '차오메이주(炒美族·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개미)'가 늘고 있는데 이들은 초기에 언어차이와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권회사들이 중국인 유치에 팔을 걷어 부치면서 빠르게 시장에 적응하고 있다.

   
▲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변신할 준비가 돼 있는 자기자본 3조 이상 대형 증권상의 경우 중국 투자자를 잡기 위한 대비가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뉴시스

미국 증권회사들은 중국어 홈페이지나 온라인 거래 프로그램 제공은 기본이고 중국인 고객 전용 전화 서비스와 주식 강좌 등을 앞세워 '차오메이주'의 투자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 증권사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비해 우리 증권사들의 대응은 미흡하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변신할 준비가 돼 있는 자기자본 3조 이상 대형 증권상의 경우 중국 투자자를 잡기 위한 대비가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은 홈페이지나 HTS에 중국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수입보다 비용이 더 들지라도 장기적으로 중국 자금이 더 들어올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