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벌이고 있는 2018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뜨겁다'.

지난 27, 28일 인천에서 SK 홈경기로 열린 1, 2차전은 모두 SK가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는 9회말 박정권의 끝내기 투런홈런이 터져나왔고, 2차전에서는 김강민의 역전포와 이재원·최정의 쐐기포 등 역시 SK의 홈런포가 위력을 떨쳤다.

시리즈는 2연승한 SK 쪽으로 기울었고 2연패한 넥센은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두 팀의 1~2차전은 다른 의미에서 뜨거웠다. 연속해서 두 경기 모두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져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 SK-넥센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잇따라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사진='더팩트' 제공


27일 1차전에서는 넥센 선발투수 브리검이 던진 공이 최정의 머리쪽으로 향한 것이 발단이 됐다. 3회말 SK 공격 1사 1, 2루 최정 타석에서 3볼로 몰린 브리검이 4구째 던진 공이 최정의 머리 근처로 날아갔다. 간신히 공을 피한 최정은 배트를 마운드 쪽을 향해 내던지며 브리검에게 거칠게 항의했고, 양 팀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뛰쳐나왔다. 큰 충돌 없이 사태는 수습됐고 최정은 경고를 받았다.

워낙 사구를 많이 맞고 웬만해서는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최정이 이렇게 벤치 클리어링을 유발할 것이 뻔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거친 태도로 상대 투수에게 항의한 것은 앞선 상황 때문이었다. 최정은 1회 첫 타석에서 브리검을 상대로 선제 홈런을 때렸고, 3회에는 김강민이 이미 브리검의 투구에 맞았던 것. 최정은 자신의 머리쪽으로 공이 날아오자 브리검이 의도적으로 위협구를 던졌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였다.

28일 2차전에서의 벤치 클리어링은 3회초 SK의 수비 때 나왔다. 넥센이 1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박병호가 유격수쪽 병살타를 쳤다. SK 유격수 김성현의 2루 송구를 받은 2루수 강승호는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키기는 했으나 1루 송구 동작 때 1루 주자였던 샌즈의 거친 슬라이딩에 걸려 넘어졌다. 김성현은 샌즈에게 과한 슬라이딩이었다며 항의했고 샌즈가 말로 맞대응하자(SK 선수들은 샌즈가 욕설을 했다고 주장) 김성현이 손가락 욕설을 했다. 두 선수가 격하게 맞섬으로써 당연히 덕아웃에 있던 양 팀 선수들도 몰려나왔다.

김성현은 경기 후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고, 경고 처분을 받았다.

포스트시즌 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예민한 상태여서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플레이도 이렇게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한다. 야구팬들은 지난 9월 5일 정규시즌 넥센-SK 경기에서 박병호의 사구로 벤치 클리이링이 벌어졌던 일을 떠올리며 당시 양 팀 선수들 사이에 남은 앙금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연속 충돌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지나친 감정 대립과 볼썽 사나운 행동(배트 집어던지기, 손가락 욕)은 가을야구를 즐기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데 연속된 벤치 클리어링으로 인해 더욱 치열해진 그라운드 분위기가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단, 두 경기 다 SK의 승리로 끝났다. 1차전에서 3회말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을 때 스코어는 1-1 동점이었다. 이후 SK가 김강민 김성현의 홈런 등으로 8-3까지 앞섰는데 넥센이 송성문(연타석)과 샌즈의 홈런으로 맞대응하며 8-8 동점 추격을 했다. 승부는 9회말 박정권의 끝내기 투런포가 터져나오며 SK의 10-8 승리로 마무리됐다.

2차전에서 3회초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을 때는 넥센이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이후 3회말 SK가 한 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고 김강민(5회 솔로) 이재원(6회 투런) 최정(7회 솔로)의 홈런이 줄줄이 터져 5-1로 역전승했다.

기본적으로 SK가 화력에서 넥센보다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2연승의 원동력은 모두 홈런이었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 이후 덕아웃 분위기에서 1차전과 2차전은 달랐다. 1차전에서 두 팀 충돌 후 SK와 넥센 모두 선수들이 꼭 이기겠다는 결의가 엿보였고 SK가 앞서가자 넥센이 맹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서 SK에 승리를 안긴 결정적인 끝내기 홈런을 박정권이 때려냈다. '가을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포스트시즌에 특히 강했던 박정권이다. 올 시즌 내내 부진했던 박정권이지만 큰경기 경험이 워낙 많았던 그는 '꼭 이겨야 할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며 벤치 클리어링으로 달궈진 분위기를 한 방에 정리했다.

2차전 벤치 클리어링 후 SK가 금방 동점을 만든 다음 역전 홈런을 때린 선수가 김강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강민 역시 경험 면에서는 박정권과 함께 두 팀 통틀어 가장 풍부한 편이다. 팀 분위기를 살려야 할 때 뭔가 한 방에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SK에는 이렇게 곳곳에 포진해 있었던 것.

반면 넥센은 주전 타자 대부분이 신예들이다. 임병욱 송성문 등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며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잇따른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후 다소 흥분된 분위기를 정리해줄 경험 많은 베테랑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SK와는 비교가 됐다. 2차전에서 중반 리드를 빼앗기자 넥센 덕아웃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는 모습이었다.

SK는 베테랑 타자들의 활약과 큰경기 경험을 앞세워 2연승으로 한국시리즈행 8부 능선에 올라섰다. 넥센이 SK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대반격으로 역전 시리즈를 일궈내려면 준플레이오프 때처럼 덕아웃 분위기부터 활기를 되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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