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 부진 속에서 증권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최전방에서 회사를 지휘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다수가 짧게는 올해 연말, 길게는 내년 1분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이어갈 것인지 업계 초점이 모아진 가운데 KB증권 윤경은‧전병조 사장,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사장 등의 연임 가능성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 연말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CEO들의 임기 또한 만료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 증시가 대체로 부진했기 때문에 CEO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한 해였다. 회사들은 대체로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위주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노력을 경주했다.

   
▲ 작년 1월 10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KB증권 대표이사 기자간담회에서 윤경은(왼쪽) 대표와 전병조 대표(오른쪽)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KB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총 7개사의 CEO들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가장 먼저 임기가 만료되는 것은 KB증권의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다.

두 사람은 올해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돼 겨우 마지막 두 달이 남은 상황이다. 두 사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 2년차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증권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조 4430억원, 당기순이익 608억원을 공시했다. 작년보다 매출은 10.8%, 순이익은 무려 48.6%나 늘었다.

KB증권 모회사인 KB금융지주는 두 사장의 연임 여부를 이사회 산하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이미 지난 6월 후보자군 선정을 위해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르면 이달 또는 늦어도 내달 중 회의를 거쳐 KB증권의 구체적 대표이사 후보군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실적이 양호했던 만큼 연임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 단, 통합 3년차부터는 현재와 같은 각자대표 체제가 아닌 1인 대표 체제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KB지주 측에서 1인 대표 체제를 선택한다면 현재의 두 사람이 아닌 새로운 인물로 CEO 선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 증권업계에서 ‘신기록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 최연소‧최장수 CEO 기록을 동시에 보유 중인 그는 이미 11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실적은 좋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28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최고 실적을 냈다. 발행어음사업이 가능한 초대형IB로서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홍콩·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금융시장 확장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한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도 모두 내년 3월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전년대비 83.5% 끌어올리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그룹내 이익 기여도도 작년 5%에서 올해 8%대로 끌어올리며 ‘비은행 계열사 성장’을 중시하는 모회사 방침에 부응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역시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 ‘청신호’를 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올해 3분기 신한금융투자가 84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당시 김 사장이 신한은행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증권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올해 실적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고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과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최 사장의 경우 2010년 취임 이후 올해 4번째 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권 사장의 경우 작년 7월 취임해 회사를 흑자상태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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