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스피 지수가 22개월 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지며 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지목했던 2000선이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당분간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풀어 증시 급락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1.10p(-1.53%) 떨어진 1996.05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날 폭락장은 지난 주말 마감된 미국 증시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1.1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73%), 나스닥 지수(-2.06%) 등 주요 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코스피 지수는 0.47p(-0.02%) 내린 2026.68로 개장했지만 이내 상승 전환해 장 초반 한때 2040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 11시경 지수가 재차 하락 전환하더니 오후 2시를 넘기면서는 빠르게 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22개월 만에 지수는 2000선 밑에서 마감됐다. 시장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무려 487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장중 한때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도 결국은 1606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코스닥의 낙폭은 더 컸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무려 33.37p 떨어진 629.70으로 마감됐다. 전일 대비 5.03% 폭락한 모습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303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코스피는 이번 달에만 약 15% 급락한 모습이다. 특히 10월 들어 휴일을 제외한 20거래일 중 8거래일이 1% 넘는 급락장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투자심리가 악화돼 투매장세가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에 비해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수준은 극도의 저평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손실을 겪고 있는 투자자에게는 추격 매도 시기가 지났고, 버텨야 할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불확실성이 워낙 커진 상황인 만큼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PBR을 적용하면 코스피 기준 1950 정도가 지지선”이라면서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시장이 계속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방어적으로 투자전략을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리고 2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풀어 증시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것이지만, 이 방안이 발표된 후에도 지수는 급락세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감이 지수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수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이 허무하게 무너졌기 때문에 향후 방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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