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소음·진동관리법' 및 '공동주택관리법' 규제대상
신고한다고 해도 사실상 처벌 어려워…피해자 직접 복수 나서 문제
대한민국은 인구 60%가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속출하고 있다. 층간소음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층간소음 등 문제의 해법을 개인에서 찾을뿐, 적극적 대안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건설사의 적극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미디어펜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진단하고, 지혜로운 해결책 모색을 위한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층간소음③]분쟁은 있지만 처벌은 없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고무망치로 천정을 몇 번 쳤더니 오히려 저희 집으로 내려와 항의하네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층간소음 피해자의 하소연이다. 윗층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고무망치로 천정을 치는 방법을 택한 피해자는 순식간에 가해자가 됐다. 층간소음 문제의 단면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지만, 이를 제지할 명확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직접 해결에 나섰다가 가해자로 전락하는 일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30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 및 ‘공동주택관리법’ 등의 규제대상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층간소음을 내는 가해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인근 소란 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피해자는 관할 파출소에 신고할 수 있다. 

문제는 관할 파출소에 신고를 한다고 해도 사실상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층간 생활소음 같은 경우 어린이가 뛰거나 고의가 아닌 부주의(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일로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호에는 ‘(인근소란 등)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특히 인근소란행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3만원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지만, 이를 제지할 명확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사진=미디어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직접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들도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새총에 쇠구슬을 장전해 윗집 복도 벽을 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위층의 층간소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윗집 사람과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윗집 층간소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해 화가 났다”고 밝혔다. 

과거 판례를 통해 살펴봤을 때 법이 허용하는 층간 소음 항의 기준은 자신의 집 천정 두드리기, 고성 지르기, 전화걸기, 문자메시지 발송 정도다. 직접 가해자의 집을 찾아가거나 초인종을 누르는 행위 등은 금지하고 있다. 직접 대면할 경우 격양된 분위기 속에서 폭행 등 추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 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린 피해자들이지만 이렇듯 합법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인 상황.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고무망치를 이용해 천정을 두드리는 것이다. 윗집에 자신들의 소음 상황을 인지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직접 두드리는 데 따른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고의적인 법망을 피해 편하게 보복소음을 낼 수 있는 노하우까지 공유되는 상황이다. 

층간소음으로 반 년 가까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30대 남성 B씨는 “윗집에 편지도 써 보고 직접 찾아가 사정도 해 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경비실 통해 민원 전화라도 넣는 날이면 일부러 더 심한 소음을 내기까지 한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도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에도 이제 지쳐 고무망치라도 사서 두드려 봐야 하나 싶다”며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이는 늘어가는데 국가는 너무 손을 놓고만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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