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사 통해 신성장사업 조직 강화·핵심 인재 등용 가능성↑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4대 그룹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인사와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미래 기술조직과 인재를 전진 배치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그룹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평가 작업과 함께 신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삼성전자(왼쪽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현대자동차, LG, SK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장기화, 신흥국 리스크 확대, 내수 침체 등 각종 악재가 안팎으로 겹치고 있지만 4대그룹은 신성장사업 역량 강화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관련기술 조직과 인재의 파격 발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전날 단행된 현대차 임원인사에서도 미래경쟁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제품, 디자인, 미래 신기술 등 주요 부문의 책임자를 새로 임명하고 수소차와 인공지능(AI) 조직을 신설했다.

4대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룹에 따라 변화의 폭은 달라질 수 있지만 신성장 동력을 강화가 인사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룹 총수들도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경영 복귀 후 AI 등 신성장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삼성은 대대적 변화보다는 효율과 시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60대 이상 최고경영자(CEO) 들 대부분이 교체된 상황에서 최고위층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AI에 삼성전자가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관련조직에 힘을 더할 수 있는 깜작 승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의 노력을 기울여 영입한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전략본부장과 루크 동커볼게 디자인 담당 등이 부상하면서다.

일부에서는 현대차 원로 경영진과 정 수석부회장의 이별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정몽구 회장이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회사 수뇌부 인사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산업의 위기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 안정적인 지배구조개편 등을 위해서는 정 수석부회장 중심으로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 단행한 연말 인사에서 계열사 사장단을 대부분 유임시킨 SK는 올해 안정속에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계열사 CEO와 그룹 컨트롤 타워의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지휘봉을 잡은 지 오래되지 않았고,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지난해 개편이 있었기 때문ㅇ이다.

최태원 회장이 딥체인지를 통한 '뉴 SK'의 구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혁신 성장 모델이 올해 조직 개편과 인사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2018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 실행력 제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 가속화 △HR(인사관리) 제도 및 연구개발(R&D) 시스템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LG의 행보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대표에 올라 처음 단행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계열사별 사업보고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전날부터 한 달여 동안 LG화학·LG생활건강·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유플러스 등의 사업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과 함께 LG를 이끌어가는 ‘부회장 6인’의 거취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LG와 LG유플러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맞바꾸면서 당분간 구 회장이 경험 많은 부회장들의 보필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구 회장의 경영 보폭이 예상보다 빠르다며 인사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올해 인사를 통해 LG는 R&D 조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구 회장이 미래경쟁력 확보에 정성을 쏟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성장 분야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 위한 핵심 기술 개발로 연결할 수 있는 조직과 인재 확보를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올해 말 퇴진하는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유를 두고 시점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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