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가 4차전까지 왔다. SK가 인천에서의 1, 2차전을 모두 이겨 싱거운 시리즈 분위기를 만드는가 했으나, 넥센이 3차전 고척돔 홈경기를 잡아 반격의 1승을 올렸다.

오늘(31) 오후 고척돔에서 4차전이 열린다. 여전히 SK는 1승만 올리면 되기에 끝장을 보려 할 것이고, 넥센은 3차전 승리 기세를 이어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려 할 것이다.

그런데 두 팀에는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믿는 홈런포'의 침묵이다. 넥센은 주포이자 4번타자 박병호의 타격 부진이 심각하고, SK는 한동민이 전혀 제몫을 못해 공격 흐름이 끊기는 것이 고민이다.

   
▲ 사진=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박병호는 이번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1타수 1안타, 타율(0.91)이 1할도 안된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으니 타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주포로서 홈런 하나쯤은 때려줘야 팀 분위기도 살고 넥센이 경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해진다. 박병호는 가을야구 시작 후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홈런포 이후 침묵이 길다.

스스로도 과도하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타석에서 어이없이 빠지는 볼에도 방망이를 헛돌리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 출장수에도 시즌 43홈런을 날리며 홈런 공동2위를 차지했던 기세가 꺾여 있다.

정규시즌 41홈런을 날리며 홈런타자로 완전히 자리잡은 것 같았던 한동민의 타격감 실종도 예사롭지 않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2번타자로 계속 출전하고 있는데 13타수 1안타(타율 0.77)에 그치고 있다. 그 1안타도 2차전에서 빗맞아 투수 옆으로 굴러간 내야안타로 정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3차전에서 SK는 2-3으로 패했는데 한동민만 제 역할을 했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한동민은 6회초 김강민의 2루타로 만들어진 무사 2루에서 삼진을 당했다. 한동민이 진루타도 치지 못하고 물러난 후 SK는 최정의 안타와 로맥의 사구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대타 정의윤의 병살타로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8회초에도 김강민의 내야안타와 도루로 무사 2루 밥상이 차려졌으나 한동민은 보내기번트 실패에 이은 삼진 아웃으로 흐름을 끊었고 SK는 귀중한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동민은 타격 자세가 완전히 흐트러져 있는 상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탓인지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등 정규시즌 좋았을 때의 타격감을 잃어버렸다.

넥센은 홈런 수에서 SK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 넥센은 1차전에서만 3개의 홈런(송성문 2개, 샌즈 1개)을 친 이후 2, 3차전에서는 홈런이 없었다. 장정석 감독의 짜임새 있는 야구와 송성문 임병욱 등 신예들의 분발로 선전해오고 있지만 한 방에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홈런 갈증이 심하다. 박병호가 살아나야 하는 이유다. 

SK는 1~3차전에서 총 9개의 홈런을 날리며 최다홈런 팀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최정과 김강민은 2개씩 홈런을 때려냈고, 침묵하던 로맥도 3차전에서 홈런포 가동을 시작했다. 물론 한동민까지 홈런을 터뜨린다면 SK 타선의 위력은 더욱 무서워지겠지만, 2번타자로서 기본적인 출루나 공격 연결에 힘을 보태는 것부터 해내야 한다.

SK가 4차전에서 시리즈 승부를 끝내고 한국시리즈 티켓을 손에 넣을지, 넥센이 대반격으로 역전 시리즈 희망을 이어갈지는 어쩌면 한동민과 박병호 가운데 누가 먼저 방망이에 불을 붙이느냐에 따라 갈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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