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 원인으로 강경한 대북·안보 노선 등이 당 밖에서 제기됐지만, 당 안에서는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밀어붙이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한국당이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등에 의뢰해 지난 30일 공개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북·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유능하고 적극적인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수 유권자의 분열이 지금껏 한국당의 대북·안보 노선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구소가 유권자의 정치성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칸타퍼블릭에 의뢰, 지난달 7~18일까지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 같은 결론을 뒷받침했다.

우선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응답자 중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전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지지자’로,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19대 대선에서 홍 전 후보 외 다른 사람을 지지한 응답자는 ‘이탈자’로, 두 번 다 한국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응답자는 ‘반대자’로 전제했다.

그 결과 ‘한미동맹 강화’에 대해 지지자는 3.25(갚이 높을수록 보수적), 이탈자는 3.01, 반대자는 2.91의 수치를 보였다. ‘국가보안법 폐지’에서는 지지자 2.92, 이탈자 2.65, 반대자 2.43이었고, ‘남북협력 강화’에서는 지지자 2.43, 이탈자 2.08, 반대자 1.94였다. 보고서는 “외교·안보 쟁점에서 한국당이 강한 보수적 태도와 적대적 대북관을 견지해왔다는 점이 한국 유권자들이 한국당과의 이념거리를 증가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한국당 내부의 목소리는 보고서와는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여론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소위 셀프비준을 했다”며 “안보에 관한 중요한 사안이자 국민의 부담을 크게 지울 수 있는 사안을 국회 동의조차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하는 행위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려고 드는 일방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원유철 의원도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회담으로 선순환돼야 하는데, 정부의 성과주의를 앞세운 과속질주로 인해 북핵폐기라는 목적지에도 이르지 못한 채 전복사고가 난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는 정권의 전리품이 결코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진석 의원은 “정부에 대한 민심의 변곡점이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보다 먼저 반응 나오는 게 인터넷 댓글”이라며 “국정감사에서 리선권의 막말을 질의했는데 (관련 기사에) 순식간에 댓글이 5000건 이상 달렸다. 90% 이상의 압도적 비율로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고, 분노에 찬 글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거(총선)가 1년 남았다. 선거결과가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 공적 사명감을 가지고 이 시점에서 집중해야 할 일은 자투리 힘이라도 모아서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는 ‘반문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게 가장 시급한 임무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31일 오전 국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과 당 소속 중진의원들 간의 연석회의가 열렸다./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