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강조하는 혁신학교, 역차별 및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저해

지난 1일 공식 취임한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혁신학교 확대 정책을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 혁신학교는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능력 신장이라는 명분과 달리, 교육 내용과 효과 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창의력과 평등을 강조하는 혁신학교가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고 교육 수요자의 다양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1만1700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현재 혁신학교의 수는 경기도 230개, 서울 67개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670여개에 달한다. 현재 학교당 4000만~1억40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되는데 13인의 좌파 성향 교육감들의 공약에 따르면 혁신 학교는 17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혁신학교가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확대된다면 교육현장은 또 한 번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교육이 미래세대를 잘 가르쳐 차세대 동량으로 키우는 일이니만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확대되는 혁신학교의 실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 ‘혁신학교 이대로 좋은가’ 교육쟁점 연속 토론회 전경 

자유경제원은 기대보다 우려가 큰 혁신학교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2일 오전 10시 자유경제원 5층 회의실에서 ‘혁신학교 이대로 좋은가’ 교육쟁점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이 사회로 수고했으며,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가 주제발표를 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가 2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혁신학교 이대로 좋은가’ 교육쟁점 연속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2012년 교육청의 학교별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들고 발표에 나섰다.

조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혁신형 사립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전국에 걸쳐 일반형 사립학교 학생 교육비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적자원 운용 부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 지원 예산의 대부분이 학생이 아니라 교직원들을 위한 투자로 이어졌음이 확인됐다.

조 대표는 “현재 각종 교육 활동에 소요되는 예산은 학교별로 2~5억 원 수준인데 혁신학교에 추가로 제공되는 1억 원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액으로 예산 역차별을 넘어 교육 역차별의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표는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평등교육 혹은 평준화교육을 부정하는 처사로,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교육 여건을 강제로 향상시켜 놓은 불평등학교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예산 부족으로 냉방기를 틀지 못하는 일반 학교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 혁신학교의 경우에는 이러한 불편 사항이 없다. 결국 학부모들로 하여금 혁신학교를 선호하게 만들어 인근 지역 아파트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혁신학교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검증되지 않은 교과과정을 학교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큰 잘못이다”고 지적했으며, 이어 “그래도 혁신학교를 강행하겠다면 학교선택권을 주고 혁신학교를 원하는 학부모 자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마지막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시행규칙상 기준재정소요액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학생 1인당 표준 공교육비를 교육기본법에 명시함으로 수요자 중심교육을 실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가 2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혁신학교 이대로 좋은가’ 교육쟁점 연속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는 “사람들의 선호는 가격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점에서, 혁신학교 주변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올라감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혁신학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혁신학교가 학생들에게 다양성과 창의성을 충분히 일구어주고 이에 대한 교육 수요자들의 기대수준에 맞다면, 혁신학교는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혁신학교에 관하여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김 대표는 “다만 그런데 왜 그것을 공립학교에서만 하는지, 왜 공무원이 지정한 학교에서만 혁신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교육감들은 혁신을 독점하지 말아야 하며, 사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들에게 혁신의 자유를 허용하고 어떤 혁신이 좋을지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혁신학교에서 공동체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동체 보다 개인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며 전체보다 개인이 앞섬을 인정하는 가운데, 바로 선 개인들이 협동하는 방식으로 전체를 만들어나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집단주의가 아닌 개인주의 가치관을 가르치는,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협동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가 2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혁신학교 이대로 좋은가’ 교육쟁점 연속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이미 학교교육 자율화라는 큰 틀을 마련하고 이를 제도화하여 공표한 바 있었으며, 혁신학교는 이명박 정부의 자율화 제도,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의 설립 취지 및 운영방침 등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들에 비해 교육과정의 자율 운영 외에도 재정 지원이라는 특혜를 누린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엄청난 액수의 혁신학교 특별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내역을 상세하게 밝히며, 이에 대한 교육전문가들의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아울러, 이 교수는 “교육과정의 자율적 운영을 빙자한 정치이념 교육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일반학교에도 선택권을 부여하여 일반학교와 혁신학교가 함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자”며 제언했다.

   
▲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2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혁신학교 이대로 좋은가’ 교육쟁점 연속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추상적이며 막연한 혁신학교의 교육과정과 슬로건은 여전하며, 혁신학교의 공과를 가늠할 가시적인 결과가 축적되기 전이기 때문에, 교육수요자인 학생 및 학부모에게 학교에 대한 선택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전 사무총장은 이어 “혁신학교는 시민사회와의 밀접한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가운데, 경쟁 자체에 대한 적개심을 기르는 좌파 성향의 교육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사무총장은 “일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교교육을 모니터링해서 교정할 시간/여건이 없다는 점에서,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맞벌이 부모들은 공포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사무총장은 “이리저리 변화하는 교육정책의 볼모이자 희생양이었던 학생 및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교육감들은 앞으로의 혁신학교 정책에 스스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