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해피아 철피아 정피아 먹이사슬 행동규약 재정립해야 효과

   
▲ 박대식 국제경영권 전문위원
관(官)피아, 해(海)피아, 법(法)피아, 철(鐵)피아, 정(政)피아 등등. 세월호 참사이후 “마피아”에서 “피아”만을 접미사로 하여 여러 가지 단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형사건이 일어나면 늘 겪는 일이기는 하나 이번 경우는 그 여파의 폭이나 깊이가 전의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청년 300여명이 속절없이 유명을 달리한데도 이유가 있지만 청년고용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민심 자체가 흉흉하다. 더구나 세월호 처리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해경 등 관계 기관의 무책임과 무능, 그리고 정경유착의 실체는 성난 민심의 불에 기름을 부었다.

한때 모피아란 말이 유행했다. 재무부 전 현직관료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빗대어 만든 조어다. 그런데 최근 회자되는 단어들을 보면 행정 부처는 물론이고 세월호 사건과는 관련 없이 입법부, 사법부 등 모든 기관을 망라하고 있다. 소위 우리 사회에서 “갑(甲)”으로 인식되는 기관으로 여론의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일반 기업까지 안전에 대해 부산을 떨고 있고 공무원 취업제한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모든 것이 지나치면 부담스럽다. 공무원에 대한 비난은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더 나아가면 정부 공권력에 대한 부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 관피아 해피아 철피아 정피아 등...수십년간 쌓여온 관료와 정치권 협회 기업간의 정경유착과 검은 커넥션 사슬을 끊기위해선 관피아 척결만으론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먹이사슬 생태계의 행동규약을 새롭게 정립해야 국가개조가 성공한다. 관피아만 마녀사냥해서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세월호에서 나타난 무능, 무책임, 정경유착 세 가지 문제에서 시작해보자.

1. 무능함
한 조직에서 어느 구성원이 무능한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 원래 깜이 안되는 사람(A)을 뽑은 경우. 이 경우는 A보다는 그 사람을 뽑은 사람과 그 사람을 잘못 교육시킨 인사시스템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둘째, 상사가 부하직원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일할 공간을 확보해 주지 않을 경우 아랫사람은 자연스레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고 자발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상사의 지시에만 따른다. 선천적으로 무능했다기보다는 자연스레 무능해진다. 이 경우도 사람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2. 무책임
무책임한 경우는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임져야 할 조직이나 부서가 너무 많아서다. 이번 세월호의 과적문제만 해도 선박운행을 체크하는 실무자에게 일차책임이 있지만 실무자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장들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  더구나 이런 관행이 수년간 이루어 졌다면 같은 동네에 있는 경찰이나 검찰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들에게도 이런 불법행위를 발본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학생구조를 위해 기울어진 갑판에 올라타지 않은 해경만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

3. 정경유착과 낙하산
정경유착(政經癒着)의 뿌리는 법이나 규정에 있다. 하지만 일단 관련 제도를 수용한 이후, 문제의 시작은 비용절감을 위해 관련 규정을 어기고 싶은 민간 업자로부터 시작한다. 협회나 관련 기관은 정부와 업자사이의 중개자로서 태생적으로 공무원과 민간 업자가 직접 상대하지 않게 하기 위해 – 정경유착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관련 부처(정부)가 협회나 기관의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나 예산지원의 대가로 대체로 낙하산은 기관장에 한정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낙하산의 수에 비해 정부 예산에 생존을 의존하는 비공무원(협회나 국영기관의 직원)의 수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낙하산을 없애기 위해 우선 관련 법규를 삭제하고 정부 예산삭감과 함께 협회나 기관의 종사자도 대규모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권, 정부조직, 산하 국영기관이나 협회, 그리고 민간 기업들. 서로의 공생을 위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이루어 온 것이 지금의 시스템(생태계)이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준 사람도 뭔가 반대급부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 먹이사슬의 정화를 위해선 그 안에 기생하는 작은 생태계들이 서로의 행동규약을 재정립하고 낡은 부분을 치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에서 한 조직만이 문제라고 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호도(糊塗)하고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킨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 어떤 분이 “모두 내 탓이요.”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박대식 국제경영원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