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정글의 법칙'이 결방하자 늦은밤까지 방송을 기다려온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방송사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긴 하지만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늦게 끝난 야구가 유죄였다.

SBS 금요일 밤 인기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이 2일 결방했다. 이날 SBS에서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SK 와이번스-넥센 히어로즈 경기를 중계방송했는데 야구가 너무 늦게 끝나 갑작스러운 편성 변경으로 '정글의 법칙' 결방을 결정했다.

당초 이날 SBS 편성표에는 '2안'이긴 하지만 '정글의 법칙'의 방송이 예정돼 있었다. 6시 30분에 시작된 야구가 끝나는대로 'SBS 뉴스 8'을 지연 방송하고, 이어 '정글의 법칙'을 내보낸다는 방침이었다. 야구 중계방송 도중 자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공지까지 했다.

   
▲ 사진=SBS '정글의 법칙' 홈페이지


그런데 자막 공지가 나갔을 당시 상황과 이후 경기 진행에 큰 변화가 생겼다. SK가 9-4, 큰 점수 차로 앞선 가운데 경기 후반이어서 곧 끝날 것처럼 보였고, 다소 늦어지긴 했으나 뉴스와 '정글의 법칙' 방송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9회초 넥센 공격에서 드라마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넥센이 9회초 박병호의 투런홈런 등으로 5점을 몰아내 동점을 만든 것. 많은 점수가 나면서 투수 교체 등으로 공격 시간이 길어졌다. 경기는 9-9 동점에서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이후에도 10회초 넥센의 1득점, 10회말 SK 김강민 한동민의 연속 홈런에 의한 2득점으로 극적인 전개가 계속됐다.

결국 SK가 11-10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틱한 경기가 펼쳐지는 바람에 경기 시간이 늘어졌고 거의 5시간(4시간 54분 소요)이나 걸려 밤 11시 24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연장전을 치르고 있을 때, SBS 측은 자막을 통해 '정글의 법칙' 결방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이 자막을 보지 못한 많은 시청자들은 심야 시간까지 '정글의 법칙' 방송을 기다리다 뒤늦게 결방 사실을 알게 됐다. '정글의 법칙' 팬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팬들에겐 잊지 못할 명승부로 기억되겠지만 야구에 관심없는 시청자들에게는 분명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를 지상파 TV가 중계하면서 이날과 같은 일이 심심치않게 벌어지고 있다. 주말 낮경기는 그나마 편성에 여유가 있지만, 저녁 경기의 경우 기존 프로그램들의 지연이나 결방이 잇따라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주 10월 19일 금요일에는 한화-넥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중계했던 MBC가 역시 야구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방송 예정이었던 '나혼자 산다'를 뒤늦게 결방 결정했다가 시청자들의 항의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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