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에겐 “배나온 사람에게 예산 맡겨서야…” 추가 논란
[미디어펜=김동준 기자]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기업인들에게 “목구멍으로 냉면이 넘어갑네까”라고 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여당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통일부 국정감사.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문제의 ‘냉면 발언’을 질의하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31일 열린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 분명 짚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등 여권은 진상규명보다는 사태 수습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1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전날 진행된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를 했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선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홍 원내대표는 “(냉면 발언) 한 마디로 굴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몇백 명이 간 곳에서 말 한마디를 갖고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1일 정례브리핑에서 냉면 발언과 관련, “얘기가 공식적으로 나온 적이 없어서 제가 말씀을 드릴 게 없다”면서도 “홍 원내대표가 하신 말씀을 들어보면 사실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지도부와 궤를 같이했다.

이처럼 논란의 진실이 이 꼬리를 감춘 양상으로 흐르자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냉면 발언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비꼬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는 것인지,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말해주지 않는 것을 말하지 말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엄명처럼 이 정권에서 얼마나 더 많은 진실이 말해지지 않고 묻혔는지, 리선권 냉면조차 끝내 없애려는 이 상황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날 바른미래당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홍 원내대표가 대기업 총수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논리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원내대표가 소방수로 나섰다.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리선권을 두둔하고 있는데 기업 총수가 바보냐”라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냐고 직접 전화해서 물으면 ‘제가 똑똑히 들었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일갈했다.

한편, 리 위원장의 ‘입’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설 태세다. 10·4선언 11주년 기념식을 위해 방북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가리켜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농담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리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조 장관이 예정된 시간보다 2~3분 늦게 도착하자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고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조 장관이 “시계가 고장 나서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리 위원장은 “시계도 주인을 닮아 관념이 없다”고 힐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