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이 KBO리그 마지막 무대를 맞는다. 지휘봉을 잡은 지 2년만에 SK를 한국시리즈까지는 이끌었다. 이제 우승, 아니면 준우승이다.

SK와 두산 베어스가 펼치는 2018 한국시리즈가 오늘(4일) 오후 잠실구장에서의 1차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은 맞상대가 정해질 때까지 자체훈련과 일본 교육리그 참가 등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정규시즌 2위 SK는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5차전까지 열전을 벌인 끝에 3승2패 승리를 거두고 올라왔다.

2008년 이후 10년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다시 만난 두산과 SK. 누가 정상에 올라 환호할 것인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힐만 SK 감독에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이 끝난 직후 자신의 거취를 직접 알렸다. 올해를 끝으로 SK와 작별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것.

포스트시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감독이 팀과 작별을 미리 알린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선수단의 동요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 사진=SK 와이번스


예상되는 논란에도 힐만 감독이 미리 SK 감독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힐만 감독이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을 지내다 구단과 관계를 매끄럽게 정리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비난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니혼햄을 지휘했다. 2016시즌엔 니혼햄을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고, 2017시즌에도 일본시리즈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는 시즌 후 돌연 미국으로 돌아가 니혼햄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힐만 감독은 가족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미리 구단과 팬들에게 거취를 밝힌 것이다. 만약 SK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우승할 경우, 팀을 우승까지 시켜놓고 떠난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사전 작별 예고'였던 셈이다.

KBO리그에서 힐만 감독의 활동은 일찍 마감할 뻔했다. 지난 2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SK는 9-4로 앞서다 9회초 넥센의 맹추격에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초 다시 1실점해 9-10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그 경기가 그대로 넥센의 승리로 끝났다면 SK는 탈락했고 힐만 감독은 씁쓸하게 짐을 쌌을 것이다. 10회말 김강민과 한동민이 연속 홈런을 때려 극적으로 SK가 재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둠으로써 힐만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힐만 감독은 SK 팬들에게 어떤 선물을 선사하고 떠날까. 준우승은 확보한 SK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영예롭게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본 니혼햄 감독을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2018년~2010년 5월)을 지냈고 KBO리그 SK 와이번스 지휘봉까지 잡은 힐만 감독은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모두 감독을 경험한 세계 최초의 지도자다. 일본에선 이미 우승 감독이 된 힐만이 자신의 경력에 한국 무대 우승 경력을 보태 한·일 양국에서 모두 우승을 제조한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더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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