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7-3으로 꺾었다(4일 잠실구장).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의 통산 우승 확률이 73.5%에 이르니 SK가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

   
▲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SK가 두산에 7-3 승리를 거뒀다. /사진='더팩트' 제공


1차전 결과는 다소 예상 밖이다.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압도적 승률로 우승한 팀인데다 외국인 에이스 린드블럼을 선발 등판시켰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5차전까지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SK는 1, 2 선발 김광현과 켈리를 낼 수 없어 박종훈에게 선발 중책을 맡겼다.

경기는 선발 투수의 무게감에서 갈린 것이 아니라 실전 감각 차이로 희비가 갈렸다. SK는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르느라 선수들이 조금 지치기는 했지만 경기력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다. 이틀 전 5차전에서는 극적인 연장 재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둬 사기도 치솟아 있었다.

반면 두산은 정규시즌 종료 후 3주간의 공백으로 투타는 물론 수비에서도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특히 1차전은 두 팀 다 '밀어붙이기'로 충돌했는데, SK는 성공적이었고 두산은 실패를 맛봤다.

이날 SK는 강승호를 선발 3루수로 기용했다. 최정이 팔꿈치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자 힐만 감독이 내민 깜짝 3루수 카드였다. 2루수를 주로 맡아 3루 수비가 낯선 강승호에게 한국시리즈 1차전같은 큰 경기에서 3루를 맡긴 것은 모험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강승호는 실점 위기에서 강습 타구를 잇따라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치는 등 SK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투수 교체에서도 SK의 밀어붙이기는 통했다. SK는 5-3으로 앞선 7회말 좌완 김태훈을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김태훈은 김재환과 양의지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최주환을 볼넷 출루시켜 무사 만루 위기를 불렀다. 2점 차여서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위기였다. 

   
▲ 7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기고 기뻐하는 SK 투수 김태훈. /사진=SK 와이번스


충분히 투수교체를 고려할 타이밍이었지만 힐만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고 김태훈에게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 김태훈은 오재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김재호를 2루수 땅볼 유도해 병살 처리하며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이닝을 끝냈다. 사실상 이 수비로 SK는 승리를 굳힐 수 있었고, 김태훈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호투하며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SK는 시즌 내내 부진했던 박정권을 가을야구 엔트리에 올렸고, 박정권은 '가을사나이'답게 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투런포에 이어 이날 한국시리즈 1차전의 결승타가 된 역전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지금까지는 밀어붙이는 대로 술술 잘 풀리고 있는 SK다.

반면 두산은 가을야구 첫 판에서 밀어붙이기가 통하지 않은 것이 낭패를 불렀다. 이날 두산은 7개의 안타를 치고 볼넷을 9개나 얻어내고도 3득점에 그쳤다. 찬스에서 결정타가 제때 터지지 않은 것이 주요 패인이었다. 

특히 두산의 7회말 공격에서는 밀어붙이기가 최악의 결과를 냈다. 무사 만루에서 좌타자 오재일 타석이 돌아왔을 때 상대 투수가 좌완 김태훈인 것을 감안하면 우타자 대타 기용도 생각해볼 만했다. 더군다나 오재일은 앞선 3회 2사 1, 3루에서 외야 뜬공, 5회말 1사 1, 2루에서 삼진을 당해 두 차례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오재일이 김태훈에게 삼진을 당함으로써 다음 김재호의 병살타와 더불어 두산의 추격 기회는 무산되고 말았다.

   
▲ 9회초 SK 공격에서 로맥의 1루 땅볼 때 두산 오재일의 2루 악송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찬스마다 타격이 부진했던 오재일은 부담감 탓인지 9회초 수비에서는 실점으로 연결되는 송구 실책까지 범하며 쐐기점을 헌납하기도 했다.

1차전은 이렇게 SK의 밀어붙이기가 통하면서 아직 몸이 덜 풀린 두산의 뚝심을 누르고 먼저 승리를 맛봤다.

5일 열리는 2차전에서 두산은 어떻게든 승리를 거둬 1승1패 균형을 맞추고 원정 3~5차전(7~9일)에 나서야 한다. 홈에서 2연패를 당하고 인천 원정길에 오르면 우승 확률이 더욱 떨어진다.

두산은 1차전에서 선발 야수를 한 번의 대타나 대수비, 대주자 기용 없이 끝까지 끌고갔다. 이는 주전들의 떨어진 실전감각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한 김태형 감독의 '밀어붙이기'로 해석된다. 뚝심만큼은 알아주는 두산이다. 2차전에서는 어떻게 반격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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