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원안 사수냐 삭감이냐, 23조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예산 편성 및 집행률을 놓고 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야는 막말과 고성을 오가며 충돌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열린 이날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일자리예산이 경제협력기구(OECD)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원안 고수를 주장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 출범 후 54조원의 일자리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고용 부진이 이어졌다며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종합정책질의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변인이냐'는 취지의 비난을 퍼부어, 이에 '명예훼손'이라며 여당 의원들이 반발해 질의가 수십분간 중단됐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이낙연 총리에게 이날 "교체설까지 나도는 장하성 실장이 '시장에 경제를 맡길 수 없다'고 강변했다"며 "청와대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 국민의 하소연과 어려움, 청년의 괴로운 소리가 들리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총리는 "장하성 실장의 말씀은 시장에만 하지 말자는 말씀"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시장에만 맡겼던 결과가 어땠냐"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토씨 하나 갖고 총리께서 국민 앞에 그렇게 말씀하면 안된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의원님도 토씨 하나로 모종의 의도를 보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총리는 무슨 장하성 실장 대변인 같다"고 비판했고 이 총리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된다. 저희 정부는 시장을 무시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설전에 대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국무위원들에게 자극적인 언사, 대변인이라는 표현도 쓰는데 이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 또한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하는 건 좀 심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경제를 망쳐놓은 각료들에 대한 야당 의원의 비판에 여당은 경청해야 한다"며 "조금만 아프면 각료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는 건 야당 질의의 연속성을 끊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또한 이장우 의원은 "저의 발언은 최고로 순화된 발언"이라며 "국민이 직접 이곳에 나왔으면 아마 경제부총리는 멱살이 잡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은 일자리예산에 54조원을 부었어도 고용이 부진했던 현상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한국 경제를 삼키며 서민의 삶을 짓밟고 있다"며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몽상주의자에 불과했다"고 질타했다.

이날 본격적인 일자리예산 논쟁 과정에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OECD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일자리예산 비중 평균이 1.3%인데 우리나라는 1% 수준"이라며 "야당에서는 일자리예산 집행률을 지난 6월 기준으로 부진하다고 비판하는데 이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일자리 관련 추가경정예산 집행률도 지난 9월말 82%"라며 "연말 기준 거의 불용액이 없을만큼 집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부총리는 이날 경기 하락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민간과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정부로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일자리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일자리에 역점 두는 예산 편성 축에서 이해해주고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낙연 총리 또한 이날 질의에서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경제가 모두 위기다. 소득주도성장은 포기한 것인가'라고 묻자 "포기한 적이 없고, 포기할 수도 없다"며 "소득주도성장 관련 많은 정책이 시장에 수용되는데 진통이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날 "최저임금 인상이 고통을 주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고통받는 분들을 위한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고용 참사 수준의 일자리정책에 대해 반성부터 하라고 일갈했다.

이은재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고용은 참사, 분배는 쇼크, 산업투자설비는 빈사 지경"이라며 "정부가 편성해 집행한 일자리예산 54조원이 아무 효과도 보지 못했다. 정부는 고용 부진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장우 의원 또한 "도소매업 10만명, 30대 취업자 수는 10만4000명이 감소하는 등 민간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중"이라며 "정부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고용을 증가시킬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 23조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예산 편성 및 집행률을 놓고 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야는 막말과 고성을 오가며 충돌했다./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