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GM 노조 양보로 생산성·경영 회복
전문가 "임금동결·이중임금제 등 고용유연화 필수"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대차의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로 불리는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투자유치 사업이 노동조합의 반발로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독일 등 해외는 선진 노사관계에 기반한 ‘지역형 일자리’가 일찌감치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대조된다.

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지역형 일자리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독일과 미국의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 현대차의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로 불리는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투자유치가 노동조합 반발로 비상이 걸렸다.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선진 노사관계에 기반한 ‘지역형 일자리’가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대조된다./연합뉴스


폭스바겐이 2001년 실시한 '아우토 5000' 프로젝트는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갖춘 노동조합의 양보를 통해 임직원들의 업무 숙련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 성공사례로 꼽힌다. 아우토 5000 협약은 실업자 5000명을 고용해서 기존 근로자 대비 임금이 20% 낮은 5000마르크를 지급하는 신공장을 건설하게 한 협약이다. 2004년 폭스바겐은 2011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28개월간 임금 동결 등 임금 유연성 제고에 협력했다.

폭스바겐은 당시 볼프스부르크시와 5대5로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를 통해 2003년까지 1만개의 외부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 지속적 발전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폭스바겐은 노사합의로 5000마르크의 임금 수준이 8년간 유지됐고 2001년 독립자회사로 출범한 ‘아우토 5000 GmbH’는 2002년 미니밴 ‘투어란’ 성공에 힘입어 2007년 ‘티구안’ 생산에 들어갔다.

미국 GM은 노조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경영하는 ‘새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GM은 1970년대 일본 차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소형 차종의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새로운 합작법인인 새턴(Saturn)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 노사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에 노조위원장이 참여하고, 공장의 각 부문마다 노사공동경영과 협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가져오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에서도 ‘광주형 일자리’ 지역 일자리 창출모델로 추진되고 있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의 저항과 한국의 현행 노동법 체계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경차 1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공장을 신설, 임금을 업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1만20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현대차와 광주시는 이르면 오는 9일 투자유치추진단 협의를 거쳐 광주 완성차 공장 설립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지난 5일 처음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광주형 일자리` 성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는 등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다만 노조는 “임금의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대 중이다. 가장 중요한 현대차 노사 당사자 의견이 배제돼 있고, 광주형 일자리로 한국 자동차산업과 현대차 위기가 촉발할 것이라는게 노조 주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지난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풍토를 고려할 때 노조가 일자리 확대·보호를 위해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투쟁 중심 운동 노선 탈피 등을 약속하면서 이를 장시간 유지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역형 일자리 도입하기 전 노사관계와 노동개혁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필요하다면 임금동결과 구조조정, 미국 GM과 포드 등 자동차업계가 실시중인 이중임금제 등 선진적 노동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생산성 정체와 높은 인건비, 대립적 노사관계에 기업들이 3중고를 겪고 있다”며 “노사가 서로 협력해 선제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과거 미국 캐터필러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 간 노사관계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회사의 위기 타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91년 UAW가 고용안정을 얻어내기 위해 기존 교섭패턴으로 똑같이 사측을 압박하자 사측은 다른 근로자로 영구대체하겠다며 맞받아쳐 재파업 등 험난한 싸움을 겪어야만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광주형 일자리 반대는 자신들의 생산 물량과 임금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투영된 걸로 보인다”며 “이는 현대차 경쟁력 회복과 지역 일자리 창출 염원을 외면하고 있는 처사로 비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