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어쩌다 어른'에서 정두홍이 미리 유서를 써둔 사연을 공개했다.

7일 오후 방송된 O tvN '어쩌다 어른'은 영화인 특집 두번째 편으로 꾸며져 30년 차 무술감독 정두홍이 강연에 나섰다.

이날 '어쩌다 어른'에서 정두홍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한 가슴아픈 순간을 회상하고, 30년 전 유서를 써두게 됐다고 밝혔다.

먼저 정두홍은 "전 스턴트맨으로 시작해 무술감독으로 일하게 됐는데, 초반에는 촬영 환경이 열악했다"며 "그 때 저와 함께 스턴트맨을 하던 선배분이 돌아가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미니시리즈 '의가형제' 촬영 중 서강대교 투신 장면에 나선 정두홍의 선배는 쌀쌀한 가을 새벽 추위에 몸이 경직됐고, 투신 장면을 촬영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정두홍은 "현장 안전을 위해 대기한 잠수부들이 있었는데, 10여 분이 지나 구조됐다"며 "구조된 선배에게 달려들어 인공호흡을 하는데, 숨을 불어넣어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폐가 터져버린 상태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선배의 죽음을 목격한 뒤 유서를 쓰기로 결심했다는 정두홍. 유서의 내용은 '가족들은 사후 문제에 관여하지 말 것', '화장 대신 아버지 곁에 묻어줄 것' 등이었다.

정두홍은 "우리가 일하는 공간은 전쟁터가 아니지 않나. 행복하게 예술을 해야 하는 공간인데, 전 이 공간을 항상 전쟁터로만 생각했다"며 "툭 하면 십자인대가 끊어지고, 뼈가 부러진다. 액션스쿨 인원 3분의 1은 부상자 명단이다"라고 녹록지 않은 촬영 환경을 전했다.


   
▲ 사진=O tvN '어쩌다 어른' 방송 캡처


정 때문에 아프고 슬픈 일이 많아 한동안 못된 선배를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혹독하게 교육시킨 후배 무술감독이 영화 촬영 중 발목이 절단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숨을 거뒀고, 그는 다시금 깊은 슬픔에 빠졌다.

정두홍은 "후배를 정말 사랑했는데, 사랑한단 말 한마디 못하고 후배를 보냈다. 그게 가장 가슴이 아팠다. 후배는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정두홍만 생각하고 하늘나라로 간 것 아니냐. 그래서 후배를 보낸 첫날이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어쩌다 어른'은 지친 어른들의 걱정을 치유하는 프리미엄 특강쇼로,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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