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287명 조사·90곳 압수수색에도 실무자 3명 '허위공문서작성죄' 적용에 그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합동수사단)은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TF의 민간인 사찰을 밝혀냈지만, 수사본류인 계엄문건 사건에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합동수사단은 7일 "조현천 전 사령관의 소재 불명으로 내란음모 혐의 확인이 힘들다"며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후 수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윗선 규명에 대해 합동수사단은 이날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8명에 대해서는 참고인중지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참고인 중지는 참고인·고소인·고발인·피의자 등 사건 관련자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검사 37명 등 대규모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은 지난 7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이 '문건에 등장하는 부대간 오고 간 모든 문서를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7월중순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지만 결국 '윗선 지시 의혹'에 대한 진술이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앞서 청와대는 합동수사단 출범 전 기무사의 계엄령 세부계획을 언론에 공개했고 여당은 내란음모죄·쿠데타 등을 거론하며 여론에 불을 지폈지만, 수사단은 이에 대한 구체적 합의나 실질적 위험성을 찾지 못했다.

합동수사단은 지난 4개월간 287명을 조사하고 90곳을 압수수색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문건과 관련한 허위 연구계획서를 작성한 실무자 3명에게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적용하는데 그쳤다.

또한 합동수사단은 계엄문건 8장 및 대비계획세부자료 67장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지 못해, 법조계에서는 수사단이 사실상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는 계엄문건 작성이 위법한 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았다.

합동수사단은 이와 관련해 "사건의 전모 및 범죄의 성립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계엄문건 작성 혐의로 고발된 구홍모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경우, 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혐의없음' 처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독립수사단을 꾸려 수사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던 사안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며 "계엄령 선포 검토를 둘러싸고 조현천 한 사람의 진술을 얻지 못해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현천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 진척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의혹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전혀 찾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고작 밝혀낸 것이 조 전 사령관이 탄핵정국 주요 국면마다 청와대를 4차례 방문했다는 정황"이라고 언급했다.

법관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합동수사단의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장기 미제사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200명을 넘는 인원 조사에도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문건과 대비계획이 실제 실행 목적을 갖고 한 것인지 위기 대응용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의혹 제기 자체가 무리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내란음모를 확인하려면 대통령의 직접 재가나 국무회의 논의 등 구체적인 모의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지 못해 혐의 적용을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동수사단은 지난 4개월 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윗선'들의 주장을 탄핵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은 8일 회동을 갖고,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해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열릴 국회 청문회에서 계엄문건에 대한 사실관계가 어떻게 드러날지 주목된다.

   
▲ 합동수사단은 7일 "조현천 전 사령관의 소재 불명으로 내란음모 혐의 확인이 힘들다"며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후 수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