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목소리' 낼 것…청와대 주도권 세진다" 관측도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홍남기(58) 국무조정실장이 '경제사령탑'으로서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지가 관심사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승진 임명된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과의 '관계 설정'과 '호흡'이 관건이기 때문.

김동연 현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서로 '결이 다른' 발언을 반복하면서 빚어진 정부 내 '엇박자 논란'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에 관한 이해와 공감도가 높은 홍남기 내정자가 정책 협의나 조율 등을 매끄럽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김 부총리는 '자기 목소리'를 자주내는 편인데다가, 현 정부 경제정책의 3대 축 가운데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특히 역설, 상대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한 장 실장과의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런 기대의 근저에는 홍 내정자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같은 시기 청와대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 정책실장은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근무했고 홍 내정자는 경제수석비서관실과 정책실에서 일했다.

이에 따라 홍 내정자가 취임하면 정부와 청와대가 주요 정책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홍 내정자가 '관리형'에 가까운 원만한 리더십을 보이면, 혁신성장이나 규제 개혁 등의 '동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해 1년 반이 지난 시점이면 주요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너무 관리에만 치중하면 주요 현안에 관한 논의가 결실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홍 내정자 지명으로 행정고시 기수를 기준으로 경제부총리가 3년(김동연 26회→홍남기 29회) 젊어지게 된 것도 눈길을 끈다.

최종구(61·25회) 금융위원장, 이재갑(60·26회) 고용노동부 장관, 윤종원(58·27회)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은 행시 기수를 기준으로 보면 홍 내정자보다 선배 격이다.

통상 경제부총리가 선배로서 경제 관련 주요 관료들을 이끌어 온 관례와는 어긋난다.

특히 향후 경제정책 주도권을 청와대가 더 많이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는 누구냐는 소리가 다시 나올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정책실장이 최근 일자리창출 부진, 부동산 폭등 등 일련의 '논란'에도 불구, 오히려 승진하면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기 목소리가 적은 홍 내정자는 자칫 '뒷전'일 수도 있다는 우려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 중에 부총리 교체가 발표된 것이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필요한 시간이나 김 부총리가 '예산안까지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법정 시한(12월 2일)까지는 김 부총리가 공식적인 '지휘봉'을 쥘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여야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경제부총리가 설득하거나 정면 돌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는 이런 적극적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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